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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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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산

사전투표를 하고 대양동 산계마을에 갔다.

산계마을은 원래 무안군 삼향면 대양리에 속한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행정구역이 목포시 대양동으로 바뀌었다.

산계마을에서 내 모교인 삼향초등학교와 우리 문중의 세장산인 원동 산성봉이 보인다.

산계마을에서 촬영을 마치고 봉수산과 초의선사 유적지 그리고 오승우 미술관을 다녀왔다.

유적지와 미술관은 언제나처럼 사람이 없다. 어제도 적막이 흘렀다.

왕산 봉수산에서도 원동 산성봉이 보인다. 새로운 발견이다.

다음 행선지는 산계마을과 봉수산에서 바라보았던 산성봉이다.

산성봉 기슭에는 우리 문중의 세장산과 경앙정과 구산재라는 제각이 있다.

어제 처음으로 산성봉의 정상에 올라갔다.  중등포가 포구였던 조선시대에는 산성이 있었다고 한다.

산성봉은 높지 않지만 정상에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정상에서 봉수산도 보이고 목포 바다도 보인다.

오늘 사진은 할미꽃이 주인공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할머니의 산소는 저 밑 샘골에 있다.

할머니의 산소를 쓸 때 할머니의 동생되시는 분이  묘자리를 잡았다.  일로에 사시는 그 어르신을 모시고 내가 산소에 갔었다.  

도포자락에서  나침판을 꺼내시는 그 어르신의 긴 수염이 지금도 내 기억의 저장고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할머니도 할머니의 동생도 이 세상에 없다.

할미꽃을 보니 할머니가 보고 싶다. 그 어르신도.

이제 나주임씨 족보도 살펴보아야 할 것같다.  인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로 태어나는 것이다.

할미꽃


할미꽃
이해인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 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 종일 연도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 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 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 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

봉수산에서 바라본 산성봉
할미꽃 잎은 아닙니다.
산계마을에서 바로본 산성봉과 전남예고

 
할미꽃 서러움
유응교

양지바른 뒷산
할아버지 무덤가에
그리움에 지친
사랑의 무게 때문에
찬이슬 별빛아래 등 굽은 채
오늘도 한숨 지며 홀로 손짓 하네

가파르고 험한
산 고개 길
막내 딸 찾아 나선
외로운 가슴에
자주빛 멍이 든 채
오늘도 서럽게 홀로 누워 있네

백발이 성성해도
마음은 붉은 청춘
청상과부 홀로 된 몸
하늘 보기 죄스러워
평생을 땅만 바라 본 채
오늘도 외롭게 홀로 앉아 있네

세월 탓인가? 고개를 든 할미꽃이 많다.
오승우 미술관

 

원동 산성 둘레길
청매화에 잎이 돋았다.

 

초의선사 유적지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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