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경남 거제에 상륙하여 우리나라 내륙을 관통한 태풍 ‘카눈’이 수도권을 거쳐 오늘 새벽 북한으로 올라갔다. 당초 카눈은 북한까지 관통해 한반도를 종단할 것으로 보였지만, 세력이 빠르게 약화 되면서 정오쯤 평양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사그라질 전망이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영남과 동해안 곳곳에서 태풍의 피해가 속출했다. 동반한 물 폭탄으로 침수와 산사태가 일어났고, 육해공의 교통을 마비시키며 우리에게 큰 고통을 던지고 떠났다.
카눈이 북한으로 올라갔지만, 서울 등 수도권과 영서 등에는 아직도 태풍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남은 비구름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강원도 곳곳에는 오전까지 비가 내린다고 한다.
태풍 후폭풍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온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내가 무사하다고 내 지역은 그냥 지나쳤다고 주위의 어려움에 등을 돌려서는 곤란하다. 슬픔을 함께 나누는 국민의식이 발휘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작가는 힘들다. 사진을 찍는 것도, 블로그를 올리는 일도 부담스럽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거주하는 목포 주변은 태풍이 시원한 바람만 남기고 스쳐 지나갔다. 죄송스러울 만큼 평온한 바다와 푸른 하늘이 줄곧 이어졌다.
태풍에 천연기념물인 갓바위가 무사할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 무사하다. 모두가 무사했으면 좋으련만 태풍은 냉정하고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다. 고통받는 분들에게 거듭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평온한 목포의 모습은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 대신 태풍이 우리나라에 도착하기 전날의 석양 사진을 조심스럽게 골랐다. 배터리 잔량이 고갈되어 휴대폰 전원이 수차례 나가기를 반복했다. 휴대용 충전기에 의존하여 무척 고생하며 담은 사진들이다.
장마, 폭우, 폭염, 태풍 다 이겨낸 여러분이다. 가을을 잉태하는 산고가 아니겠는가!
힐링하세요. 화이팅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어제 연극평론가
김길수 교수님이
멋진 소통의 시(詩)를 보내주셨습니다.
중간에 소개합니다.
당신은 뉘신지요
김길수
무지개,
지상의 바벨
끝내러 오셨나요
약속으로
무지개로
따스한 품으로 오셨나요
선 라이스, 선셋,
sun rise, sun set
낮이 말하면
노래로 화답하러
어둠과
밝음의 조우로
오셨나요.
원근으로,
색조로,
비유로,
풍경 안에 숨겨진 비밀,
들녁의 바람
보게 하러 오셨나요
이제
당신의 들숨에
날숨으로
익어감으로
포도는
화답합니다.
이제
보이지 않는 것,
보게 하는 자,
뉘신지요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하시는 분,
어디에 계시나요
관조로 오셨나요
체홉으로
풍경 묘사로 오셨나요
비켜가기 애잔함
수 놓으시러 오셨나요
당신은
뉘신지요.
저기 시간이 기울어 내게
말을 겁니다.
당신은
침묵으로 익어간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선물하러 오신 분,
내 문지방 너머 어슴프레
펼쳐진
머나먼 지평 위
한그루 나무 그림자, 실루엣으로
말을 걸어오신 분,
뉘신지요.
당신은
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