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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의 노래

보름달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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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라는 기간은 인간에게 꽤 긴 시간이다. 보통 인간은 평생을 걸쳐 음력 8월 대보름달을 100번 이상 보지 못한다. 며칠 전에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가을의 보름달을 100번 보지 못하고 타계했다.

여왕은 권력과 명예, 부를 다 누리며 장수까지 했다. 그런 엘리자베스 여왕도 100년 만에 나타난 가장 둥근 보름달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추석 대보름달을 볼 수 있었던 우리는 무척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보름달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나타난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음력 보름은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이 일직선으로 위치한 시기다. 이때 태양과 달의 황경(黃經) 차가 180°가 되어 지구 쪽을 향한 달의 반면이 햇빛에 반사되어 동그랗게 보이게 된다. 

영어권에서 ‘full moon’으로 부르는 보름달의 위상을 동양에서는 망월(望月), 만월(滿月), 영월(盈月)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보통 보름달이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득 차다는 만(滿)이나 영(盈)보다는 기다림이 있고 바라봄이 있는 망(望)을 좋아한다.

해와 지구와 달이 순서대로 일직선이 되는 때를 망(望)이라고 부른다면, 해와 달, 지구 순으로 일직선이 되는 때는 삭(朔)이라고 부른다. 음력 초하루에 해당하는 이 날은 달이 보이지 않는다.

음력 15일에 뜨는 보름달은 정확히 음력 보름에 뜨지 않는다. 보름날에 지구와 일직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돌기 때문이다. 달과 지구의 거리는 가까울 때가 36만3396km, 가장 먼 때는 40만5504km라고 한다. 따라서 태양의 반대쪽을 향하는 때(망)까지 실제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고 한다.

둘째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지구가 태양의 공전 궤도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이 태양, 지구와 일직선을 이루려면 그 거리만큼 더 돌아야 한다. 

달이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주기를 삭망월(朔望月)이라 부른다. 그 주기가 대략 29.5일이다. 반면에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오는 기간은 27.5일이다. 따라서 달력상의 음력 보름은 달의 위상에서의 망과 일치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름달이 우리 눈으로 둥글게 보이지만 완벽한 보름달은 흔하지 않다. 완전히 둥근 달이 되는 시기는 보통 14일 밤과 17일 아침 사이에 걸쳐 있다.

올 한가위, 한반도 하늘에 뜬  보름달은 뜨는 시점부터 완벽히 둥근 모습으로 100년 만에 나타났다. 우리는 모두 행운아다. 해와 지구와 달이 일직선으로 되는 가장 완벽한 순간의 보름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구를 둘러싼 태양과 달의 관계.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한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우주는 이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 정연하게 돌고 있다.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해와 달의 노래.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일출과 월출 장면을 즐겨 담아왔다. 태양과 달은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다. 태양과 달이 우리 지구와 함께 펼치는 멋진 우주쇼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분들이시다.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계셨다. 그 증거가 추석이다. 오곡이 무르익고 해와 지구와 달이 일직선을 이루는 날을, 그 정점의 날을 명절로 정하고 신과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가족과 친지와 이웃과 흥겹게 즐겼던 날이다. 

완벽한 둥근달을 담기 위해 영암, 해남, 목포, 무안을 누볐다. 남은 연휴 뜻깊은 시간 되시길 기원한다. 여러분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망월(望月)이 하루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길 대망(大望)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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