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입니다. 가배·가위·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부릅니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봄에서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하는 계절, 그것도 1년 중 가장 큰 만월 날을 맞이하여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지혜롭고 풍류를 즐기는 민족입니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은 가장 살기 좋은 계절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속담이 생겼나 봅니다.
우리는 보통 추석 이전에 벌초를 해왔습니다. 여름에 자란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보기 흉하고, 시든 풀에 불이나 무덤이 타게 되므로 미리 풀을 베어주었습니다.
추석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차례를 지냅니다. 햅쌀로 밥을 짓고, 햅쌀로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조상님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햇곡식을 조상님께 먼저 천신(薦新)한 후, 차례에 올렸던 음식으로 온 가족이 음복(飮福)합니다. 그런다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산소에 가 성묘를 합니다.
시대가 바뀌어 성묘문화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성묘를 다 못하더라도 조상의 은덕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자기 가족들만의 잔치로 끝나더라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신 분들의 은혜와 정신은 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추석 선물을 보냅니다. 제가 베풀 수 있는 것은 사진과 글입니다. 언제부턴가 사진에 저작권을 표시했습니다. 당연한 일이고 작가의 유일한 권한입니다.
오늘은 추석 선물로 다섯 개의 사진을 그대로 올립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대로 사용하셔도 되고 편집하셔도 됩니다. 다만 그 꽃들이 의미하는 정신만은 상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다시 씨앗을 잉태한 절개의 상징 동백, 태풍과 폭우를 이겨내고 묵묵하게 지금도 피어있는 수련과 남개연, 새빨간 꽃에서 그 겸손을 바탕으로 노랑 열매의 마술로 결실을 기다리는 정열과 불굴의 화신 명자!
그 아름다움 속에 간직학고 있는 고귀한 정신들을 사랑합니다. 추위와 무더위, 비바람을 이겨내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가을을 맞이하는 그들에게 머리가 숙연해집니다. 조상들의 숭고한 가치와 정신이 ‘고리타분함’으로 비하되는 현실을 가슴 아파합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사진은 어제 영산강 하구언 도로 위의 차 안에서 담았습니다. 퇴근길이라 잠시의 정차 순간이 있었는데, 하필 제 시선이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어딘가를 향해 달리는 분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나머지 사진은 오늘 낮 우리 동네에서 담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고상하고 아름다운 대상이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렵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할 뿐입니다.
감사와 은혜의 명절 되세요. 받는 기쁨보다는 베푸는 기쁨이 더 행복하다는 깨달음의 시간이 되세요! 옮기는 발걸음마다 행복한 공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마음이 더 풍성한 우리 모두의 한가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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