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학교 동창 경찬(이경찬), 운선(백운선)이와 만났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광주에서 다니다가 검정고시를 하겠다고 아버지 몰래 자퇴를 했었는데, 경찬이는 중학교 동창 중에서 광주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던 친구입니다.
운선이는 중학교 친구이면서 목포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제가 검정고시를 준비하다가 아버님께 끌려 목포로 전학을 오게 되는데, 그 고등학교가 결국 저의 모교가 되었습니다. 운선이는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입니다.
두 친구와의 술자리는 1974년 광주에서 출발해서 경기대학교, 미국 이야기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저에게 집중되었습니다. 두 친구 다 제 인생의 산 증인들입니다. 특히 일산에서 사는 경찬이는 제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경기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던 사연을 잘 압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걸어온 길이 파란만장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풀자면 소설 10권 분량은 됩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 최선을 다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목포도 그렇게 해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저는 지금의 목포 생활에 만족합니다. 대만족입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요.
저는 오늘 강진에 갑니다. 강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고려청자, 다산초당, 모란. 참 매력 있는 고장입니다.
강진에서 연극을 열심히 하는 제자가 있습니다. 문예진흥원(지금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던 2년 과정의 공연예술아카데미가 있었습니다. 임재필 연출가는 그곳의 제자입니다. 연극을 꾸준하게 하는 제자들은 지금도 가깝게 합니다. 제자가 관여하는 작품은 멀어도 꼭 갑니다.
오늘 저녁 제자가 대표로 있는 극단 ‘청자’가 연극 <모란이 피기까지 우리는>을 공연합니다. 그가 직접 연출을 했습니다. 강진 출신 김영랑 시인의 일대기를 무대화한 것입니다. 영랑 시인의 생가에서 사진도 촬영하고 이 연극을 관람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이 강진의 브랜드 공연으로 정착되길 기대합니다. 강진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탄생 되길 기원합니다.
임재필 연출가 화팅!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과 작약 그리고 '유달산, 황금바다에 잠기다' 이후의 사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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