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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현장

백년의 역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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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향초등학교 전경

어제 초등학교 동창 10여 명이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병원에 있는 친구의 위문도 다녀왔습니다. 동찬이는 건설업을 하는데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목과 가슴을 다쳤다고 합니다. 큰 사고는 아니어서 한 달 후에는 퇴원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며칠 전 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3년 선배인데 고향 아재입니다. 무안향교 전교(典敎)를 역임했던 제동 대부의 일곱째로 태어나 고향에서 면장도 역임했고 사무관으로 공직을 퇴직했습니다. 시골에서 검사 아들까지 두었으니 남부러울 것 없이 사시는 분입니다.

오늘 새벽은 모교 초등학교와 고향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제 모교의 명칭은 삼향초등학교입니다. 전라남도의 도청 소재지가 삼향읍 남악이라는 사실은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 삼향읍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초등학교가 제 모교입니다. 

삼향초등학교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 10월 6일 삼향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습니다. 3.1운동이 일어난 다음 해이지요. 이 학교가 제 고향 유교리에 설립된 이유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호남의 갑부였던 증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할아버지 형제들이 농지 수천 평을 희사하여 학교를 세우고 운동장을 만들었습니다. 광주 광산구의 비아초등학교는 김해김씨 문중에서 토지를 제공하여 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발전위원회에서는 문종 앞으로 공덕비를 세워 주었습니다. 

우리 집안은 물론 유교 문중의 대부분 어르신이나 그 자제들도 삼향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아내의 남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금호 문중의 아재이자 모교의 총동창회장님이 저에게 삼향초등학교 100년사 편찬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것입니다. 총동문회 임원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제가 추천되었다고 합니다. 


승낙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자료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합니다. 회장님께서 <화순초등학교 100년사>를 참고로 가지고 오셨습니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이 정도 만드는 데도 몇 년은 고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모르게 모스크바 국립 슈우킨 연극대학 100년사를 펼쳤습니다. 세계 연극사에 길이 남을 설립자가 세운 세계적인 연극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인물 위주의 100년사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입학과 졸업까지의 매회 기록들이 꼼꼼하게 정리되어야 할 건데 걱정이 앞섭니다.

학교는 이제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포괄한 인적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개교 100년은 학교만의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며, 동문회는 물론이고 주민, 지자체, 그리고 인근 학교까지 동참하는 지역축제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코로나로 100주년 개교기념행사가 2년 연기되어 올 10월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동문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100년의 기록을 총괄해야 하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100년의 기록, 어떻게 담을 것인가? 무엇을 담을 것인가? 
그 답답한 가슴을 안고 오늘 새벽 모교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고향 마을과 제가 살던 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저의 결론입니다. 최선을 다해 뛰어보자. 그리고 다시 미래를 준비하자. ‘삼향초등학교 120년사’를 향하여! 

학교 앞의 들과 하늘
신축 본관과 운동장
학교 앞의 들과 하늘
맨드라미
초의선사 유적지 왕산 봉수산
신축 건물인 삼향관
삼향관과 운동장
교훈비

 

후문에서

 

나팔꽃

 

새벽 하늘
삼향관
애기도라지꽃
소풍가던 길(군산동)
백년 수령의 측백나무
4수원지 가는 길
군산동 4수원지의 단풍나무
학교의 살아있는 역사, 수령 100년 이상의 교목 향나무
향나무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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