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게 가난한 농촌에서
혹은 외딴 섬에서
보리밥 먹고 자란 촌놈들이
그래도 큰맘 먹고 목포로 유학을 갔다.
예비고사에 전력을 쏟았지만
그놈의 점수는 왜 이리 낮은지
어떤 놈은 광주로
친척 있는 놈은 한양 인근 도시로 올라올라
성질 급한 놈은 군대 입대
줄줄이 동생들이 딸린 놈은 일찍부터 생활 전선
경향 각지에서 이리저리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단독으로 평수 늘려가며
승진하고
통장 불려가며
아들딸 대학 보내고 결혼시켜 집값 보태 주고 나니
남는 건 주름이요 변한 건 흰머리라
오늘도 마누라 눈치 보며 집을 나서
몇 곳 연락하나 나름 다 바빠 딱히 갈 곳은 없다.
그래도 노인정 시대는 아니라며
담배 끊고 가까운 산 찾아가는 그대들이
세금 꼬박꼬박 내는 이 땅의 진정한 애국자다
손주 용돈 주는 이 땅의 훌륭한 할아버지들이여
아프지 말자
그 섬에 다시 가게
삐지지 말자
그 섬에 함께 가게
우기지 말자
더 많이 그 섬에 가게
그래도 친구는 행복하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친구를 생각하면
우리 다 함께 그 섬에 가자
우리의 고향 그 섬에.
후기:
고교 친구들이 하계 수련회 가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관광사진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배려하다 보니 어쩔 수 없네요. 배려하려고 했으나 많은 아쉬움이 따릅니다. 이럴 바에야 작정하고 두 가지를 연출하여 촬영할 걸 후회도 됩니다.
함께 가지 못한 아내와 그 섬에 가렵니다.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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