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립니다.
영산강 물도 많이 찼고, 옥암천의 수련과 남개연도 다시 물에 잠겼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정자에서 조용히 쉬는 게 참 좋습니다. 영산강 목포 자전거 터미널을 다녀와서 블로그 사진 올려놓고 주룡 적벽정에서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적벽정 마루에 앉아 운무에 쌓인 은적산을 바라보며 빗소리, 새소리와 함께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어제 제자 부부가 목포에 왔습니다. 엄 부장(엄국천)은 대학 후배이자 대학원 제자입니다. 경기대 재직하면서 모교에서 연기 관련의 석박사과정을 꽤 오래 강의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관계를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제자는 서울의 모 문화재단에서 공연전시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교수를 해야 하는데, 문화기획과 문화정책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공부를 제대로 한 문화 전문가입니다. 소장도서도 많아 동양 관련 책은 저보다 훨씬 많습니다.
진도에서 문화행사가 있어 참석했다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10일 전에 연락이 와서 일정을 비워두었지요. 아내도 대학 동기라고 합니다. 교육대학원을 나와 교육연극을 전공했으며 오랜 기간 중고교의 연극 교사로 근무했습니다.
어제 이른 아침에 만나 식사를 하고 목포문학관에 데리고 갔습니다. 예상대로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김우진, 차범석, 김현, 박화성관을 다 들렀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안내한 곳은 왕산에 있는 초의선사 유적지입니다. 오늘 사진은 그 유적지의 용호백로정 연못에 핀 연꽃입니다.
언젠가 소개했듯이 용호백로정은 용산에 있었던 추사 김정희의 정자입니다. 이곳 정자는 그것을 재현해 놓은 것입니다. 추사와 초의선사의 우정, 그리고 스승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도 이미 언급했었습니다.
우리는 용호백로정의 마루에 앉아 연꽃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 거장의 시를 극적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시낭송회를 할 예정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두 부부는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더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힘든 사회에서 꿈을 잃지 않고 전공을 살리며 열심히 일해 온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화사하지만 품위가 있는 연꽃의 이미지가 두 부부와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필이면 그들이 처음 찾아온 그곳에 그렇게 예쁘게 피었을까요.
서울에 잘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엄 부장이 선물로 준 대용량 휴대폰 충전기 덕분에 이제 사진을 마음놓고 촬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2박 3일 일정을 잡아 다시 오겠다는 두 부부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두 부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유적지 위의 봉수산에서 전날 담았던 사진도 몇 컷 올립니다.
비가 내리는 오늘, 다시 용호백로정에 가야 하겠습니다. 연꽃도 다시 보고, 제자와의 아름다운 추억도 다시 음미해야 하겠습니다. 비 오는 날은 정자가 최고입니다.
빗길 조심하시고, 멋진 주일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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