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목포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 동네는 수상 도시를 방불케 했는데, 올해는 제대로 된 비는 꼭 한 번 내렸습니다.
우리 아파트 옆에는 옥암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몇 군데 웅덩이에 물이 고여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래도 이 웅덩이에 물고기도 살고 거북이와 황소개구리, 우렁이들이 삽니다. 그래서인지 두루미와 왜가리가 자주 찾아옵니다.
어느 날부터 왜가리와 두루미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천 가와 나무들의 예초 작업으로 인한 환경변화로 인지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천 바닥도 드러나고 흐르지 않는 물에 고기들이 줄어들자 자연 왜가리와 두루미도 ‘날갯길’을 돌렸던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때 옥암천에 빗물이 엄청나게 흘렀습니다. 스승과도 같았던 수련이 물에 잠기고, 빠른 유속에 뿌리마저 뽑혀 나갈까 봐 사뭇 걱정이 많았습니다.
비가 갠 오후에 옥암천을 찾았습니다. 수련은 물론 남개연도 물이 빠진 그 자리를 고고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갈대들도 물길에 쓰러지는 판국에 가냘픈 수련과 남개연이 무사했던 것입니다.
수련과 남개연의 생명력에 경외심이 듭니다. 석축도 무너지는 장대비를 극복하면서 자신의 존재와 향기를 지키는 수련의 끈기와 인내, 더러운 물속에서도 봄날을 거쳐 우리와 삼복(三伏)을 함께하는 수련의 심성과 근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련을 블로그에 다시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이 초복이라고 합니다.
복된 복날 되세요.
터치해서 다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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