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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고

백일홍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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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6일, 몽탄 명산

 

 

 

 

 

 

 

 

 

 

 

 

 

 

 

 

 

 

 

 

 

 

 

접시꽃과 백일홍
2022년 6월 26일 목포 저녁

6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낮은 무척 덥지만, 새벽과 저녁에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새벽은 참으로 시원한 바람이다.

오늘 사진은 욕심을 내서 26개의 사진을 올린다. 딱 절반으로 잘라 13컷만 올리면 좋겠는데 무리를 할 수 없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1년 전, 2021626일 무안군 몽탄면 영산강변 근처에서 담았던 백일홍이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올해는 볼 수 없다. 백일홍은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꽃이 100일 정도 피므로 백일홍이라 한다. 배롱나무를 나무 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부르기도 하여 그 꽃을 백일홍이라고 하기도 하나 백일홍과 배롱나무는 다른 식물이다.

백일홍의 속명과 영어 이름이 ‘Zinnia’인데, 멕시코의 산야에서 자생하고 있던 백일홍을 독일 식물학자 진(Zinn)이 발견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이다. 그 후 인도, 프랑스, 영국 등에서 개량,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며 여러 나라에 퍼져 나가 오늘에 이르렀다.

조선시대에 씌어진 물보(物譜)라는 책에도 초백일홍(草百日紅)’이란 이름이 나오는데, 이것이 백일홍과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1800년 이전부터 관상용으로 심어 길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과 친근한 꽃이다.

한국의 전래 동화에도 백일홍에 대한 전설이 나온다.

대략 이런 이야기다.

오랜 옛날, 바닷가 근처의 어촌 마을에서 머리가 여럿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어부들을 잡아먹고 태풍을 일으켜 사람들을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젊고 어여쁜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 그렇지만 이무기의 극성은 날로 심해졌다.

어느 날 젊은 떠돌이 무사가 마을에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마을 사람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게 되고, 우연하게도 제물로 뽑힌 처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무사는 이무기를 처치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무사는 떠나기 전 자신이 성공하면 하얀 기를 올리고, 자신이 이무기에게 죽게 되면 붉은 기를 올리겠다고 얘기한 뒤 배를 타고 떠난다. 처녀는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일주일 후 약속된 날, 무사가 탔던 배가 보이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처녀가 붉은 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처녀는 무사가 전사한 줄 알고 상심해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진다.

처녀의 오해와는 달리 무사는 살아있었다. 이무기를 퇴치한 다음 흰 기를 걸었는데 이무기의 목을 벨 때 그 피가 흰 기에 튀면서 붉게 물든 것이다, 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마을로 돌아온 것이다. 무사는 처녀의 부고를 듣고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며 슬퍼하다가, 그도 결국 바닷속으로 몸을 던져 처녀의 뒤를 따르게 된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시신을 건져 근처 언덕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시간이 흘러 봄이 되자, 그들이 잠든 무덤가에 작고 예쁜 붉은 꽃 한 송이가 백 일 동안 피어있다가 시들었다. 마을 어른이 안타깝게 죽은 두 사람의 사랑이 꽃으로 다시 태어나 100일간 그들의 사랑을 밝혀주었다며, 그 꽃을 백일홍(百日紅)이라 불렀다.

올해는 영산강 근처에 이 꽃이 보이지 않는다.

블로그를 재개장하기 이전의 사진이라 미처 소개할 기회가 없었다. 어제 내 고향 삼향의 능소화에 밀려 올리지 못한 것을 오늘 올린다. 이 백일홍의 운명이 기구하나 마침내 세상에 다시 나왔다.

어제는 고등학교 동창회 모임 날이었다. 26회라 매월 26일 모인다. 서울 살 때는 서울 동창회, 광주 살 때는 광주 동창회, 이제는 목포 동창회에 참석하고 있다.

친구들을 생각하며 26컷의 사진을 올린다. 사진을 촬영한 날도 1년 전 26일이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변함이 없다.

내년에는 몽탄에 이 백일홍이 다시 피기를 기대한다.

식영정 근처에 코스모스도 좋지만 백일홍이 더 적격이다. 여기에 영산강을 배경으로 한 백일홍의 전래 동화가 연극으로 재탄생한다면 관광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한국 관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식상한 꽃 축제에 힌트를 던진다.

내 고향 무안의 변신을 기대한다. 무안 파이팅!

사족: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48일이 없어 25일이다. 그제 경건한 6.25를 위해 불참했다. 친구들의 이해를 구한다.

중학교는 4회라 매월 4일 만난다

대학, 사회, 종친회 등등 모임이 많다. 바래다주기까지 하는 아내에게 참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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