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와 함께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갔다. 리(里) 단위로 말하면 아내의 고향 땅이고, 읍(邑) 단위로 말하면 우리 둘의 고향 땅이다.
해남에 한반도의 땅끝마을이 있다면, 무안에도 땅끝마을이 있다. 해남이 남해안의 땅끝이라면, 무안은 서해안의 땅끝이다. 그 무안의 땅끝은 삼향이고, 삼향의 땅끝은 왕산이다.
주룡일출(住龍日出)
왕산낙조(旺山落照)
일출은 주룡이요
낙조는 왕산이라!
옛 문헌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내 경험과 심미안을 총동원해서 얻은 결론이다.
왕산 땅끝에서 어제 촬영한 석양을 공개한다. 내가 보기엔 영산강 1경인 ‘영산낙조’보다 더 아름답다. 물론 낙조는 그날의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 1년간 촬영했던 어느 지역의 석양보다도 온화한 느낌을 준다.
오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이셨던 임정만 선생님을 뵙는 날이다. 삼향초등학교 48회 동창생들과 함께 만난다.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일기를 쓰는 습관을 길러 주셨다. 날마다 일기 검사를 했기 때문에 날마다 몇 문장의 글을 써야만 했다. 그러한 힘이 먼 훗날 작가가 되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영어의 알파벳을 배웠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가기 전의 그 기간에 우리 집 근처에 있던 사택에서 날마다 알파벳을 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게 기초가 되어 내 영문 필기체는 미국인들도 알아준다. 삼향초등학교 후문에 있었던 그 사택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선생님의 사랑은 지금도 내게 살아있다.
대학 1학년 때 동창들과 함께 잠시 뵈었으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마도 45년이 지난 것 같다. 52년 전 선생님은 내 아들보다도 더 어린 총각 선생님이셨다. 지금은 어떤 모습이실까? 아 세월의 무상함이여!
빈촌이었던 남악리는 천지개벽이 되어 도청 소재지가 되고, 왕산리는 지금 문화마을로 진화를 하고 있다.
오늘 만나는 시골 동창들과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저 태양처럼 변하지 않는 시골 친구들이 좋다. 다들 할아버지가 되어 어린 시절의 선생님을 모시고 한잔하는 날이다.
내 고향 무안군 삼향 땅끝에서 바라본 그림 같은 석양을 올립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입니다. 아내와 저 둘만 찾아간 조용한 바닷가입니다.
참고로 앞에 보이는 섬들은 압해도입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