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5월 1일) 수원에서 개최되었던 문중 정기총회에 100명 이상이 참석했습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유교리 고택의 매입과 이를 위한 일로 망월리 산과 전답의 매각을 위한 찬반 투표에서 승인이 부결되었습니다.
유교 문중의 경우 문중 재산의 매각과 구입은 총회에서 출석 인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 벽을 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홍보 부족입니다. 고택의 매입가격이 오를까 봐 전 종친들에게 세부사항을 공고하지 못했고, 노트북의 고장으로 제가 준비했던 PPT 자료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이사진들의 실수입니다.
두 번째는 일부이긴 하지만, 문화재와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 조상들이 남기신 정신적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반대도 있었습니다. 또 고택을 지키지 못하고 남의 손에 넘겼던 역사의 반성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수익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저의 아이디어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나만 공개하자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 제자나 대학 선배들을 활용해 연극을 공연하는 일입니다. 또 전라도 양반 음식도 포함됩니다. 선조 중에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궁중요리와 궁중의 술을 총괄 관리하셔던 분이 계시지요. 그걸 복원하여 상품화하는 방안도 구상했습니다.
인간은 원래 권리는 강하게 주장하고 의무는 저버립니다. 조상이 남기신 땅에는 관심이 있어도 조상의 역사적 업적이 무엇이며, 산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점을 제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모든 문중이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어제, 아침 일찍 일로 갈룡산 세장산과 주룡 선산에 들러 조상님들을 뵈었습니다. 유교리 고택의 현판에 ‘무안헌(務安軒)’을 달겠다고 약속했던 무안공 할아버지 산소 앞에 엎드리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무능을 용서해 주십시오. 한참을 울면서 다시 각오를 다졌습니다. 할아버지, 꼭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우리 가문의 충효열 정신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저의 마지막 생을 불태울 것입니다.
오후에 아버지가 남기신 유교리 밭 1800평을 부동산에 내놓았습니다. 우리 4남매의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입니다. 남동생과 미리 상의했습니다. 여동생들에겐 대신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러가지 대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 일을 가장 좋아하실 분은 우리 아버지이실 것입니다. 평생 집안과 문중 일에 일생을 바치신 아버지께서는 지금 경기도 청평에 누워계십니다. 문중 일을 보시면서 택시 한번 타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유교 문중 재산을 지켜내셨습니다.
소통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소통의 공간도 필요합니다. 소통의 방법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상대의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서로가 노력해야 합니다. 문중이 정치판을 닮아가서는 곤란합니다.
오늘 꽃들은 일로의 두 선산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조상님들과 대화하며 한나절 이상을 거기서 보냈습니다. 시원한 날씨에 답답했던 가슴까지 열리는 혼자만의 시간이었습니다.
무안공의 모친인 영천 최씨 할머니 산소를 웬 동물이 계속해서 흙을 파내고 있습니다. 벌써 세 번째 복구입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이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조금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쉬운 일은 누구나 합니다. 유교리 고택에 ‘務安軒’ 현판을 꼭 달겠습니다. 꼭! 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여러분 가정의 평온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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