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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어머니,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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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매화
산수유
진달래
목련
개나리
철쭉꽃
민들레꽃
벚꽃
유채꽃
명자꽃
찔레꽃, 2021년 4월, 영산강변
금계국이 핀 목포(전망 좋은 방에서) 2021년 5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이어지고, 오미크론 변이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신규 환자가 41만여 명이 나왔다. 21시 기준인 만큼, 오늘(30) 발표될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어제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마트에 갔다. 마트에서 온도 측정도 없고, 방문 기록도 따로 하지 않았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정점이 아닌데도 이제 정부나 방역 당국은 손을 놓은 것 같다.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은 어디로 갔는가! 정권이 바뀌니 모두가 짐만 싸고 있단 말인가.

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고 싶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이다.

내 주위에도 감염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며칠 소식이 없으면 격리고 확진이다. 우리는 제발 내 가족만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기적을 바라며 이 봄을 맞고 있다.

마침내 우리 집안에도 확진자가 생겼다. 조카가 확진이라고 카톡이 왔다.

모친께서 지금 동생 집에 기거하신다. 확진이 되어도 젊은 사람들은 걱정 없지만, 노약자들은 문제다. 동생네 걱정보다는 어머님 걱정으로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목포는 지금 도시 전체가 꽃밭이다. 동백, 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목련, 민들레, 유채꽃, 벚꽃이 활짝 피었다. 어제는 아파트 앞에서 새로 핀 철쭉꽃도 보았다. 만개한 명자꽃이 예술 그 자체다.

올봄에는 어머니를 목포에 모시고 싶었다. 우리 4남매 서울로 대학 보내면서 허리가 굽도록 일만 하셨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셨겠지만, 성미 급하신 우리 아버지 모시면서 유독 고생이 심하셨다.

코로나가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제발 확진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봄 이 아름다운 꽃들을 우리 어머님과 함께 봤으면 좋겠다. 찔레꽃 피는 4월도 좋고, 조금 늦더라도 금계국 만발한 5월에 목포 옥암 수변공원을 어머님 손 잡고 걷고 싶다.

한 평 방에 홀로 갇혀 코로나와 싸우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저린다. 오늘 이 꽃들을 우리 어머님께 바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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