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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뿌리를 찾아서

매화 향기 그윽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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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봉공 나덕윤 초상

매화 향기 그윽한 이 집의 역사를 아시나요?

우리의 옛 선조들은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 어디에 심을 것인가를 무척 고민했습니다.

옛 선비들은 은행나무, 동백나무, 매화나무를 즐겨 심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무를 심으면서 선비의 정신도 함께 심었습니다. 그래서 향교나 서원, 사당, 정자는 물론이거니와 뼈대가 있는 가문의 집안에는 그러한 나무들을 심었던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미적 감각이 훨씬 뛰어났습니다. 매화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건물과 나무의 조화를 고려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느낌이지요.

새로 조성한 관광지나 공원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화가 납니다. 마구잡이로 나무를 심어 구도 잡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파트를 조성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나무가 마음에 들어도 건물에 가려 구도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요즘 남녘에는 매화 향기가 그윽합니다. 그러나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꽃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사진 속의 건물은 제가 강의를 하는 대학 안에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비빌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대학에 출강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이 건물에 숨어 있습니다.

기분이 묘해집니다. 이 건물은 원래 제 선조의 제각이었습니다. 혹 금호사를 기억하시나요? 금호공 나사침과 그의 여섯 아들의 충효열 정신을 기리는 사당 말입니다. 이 건물이 금호공의 셋째 아드님이신 금봉공 나덕윤 할아버지를 모시는 제각이었던 것입니다.

간략하게 말하면 이 대학의 교지 확보를 위해서 우리 문중이 땅과 제각을 이 대학에 매각했던 것입니다. 가슴 아파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나주나씨 시조님로부터 더 윗대의 선조님들이 잠들어계신 도선산으로 금봉공의 산소를 이장하면서 <영화재(永和齋>라는 제각을 그대로 복원해 놓았으니까요.

제가 아쉬워하는 것은 선조들의 유적이나 제각을 이전할 때에 건물만 옮겼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도선산에 있는 제각에는 금호공이 심었던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금봉공 제각에서는 이 향기 그윽한 매화향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대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건물은 지금 <삼매원(三昧苑)>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애초에는 전통예절교육과 다도 교육장으로 활용할 목적이었는데, 아직껏 문이 열려있는 적은 없네요.

강의를 갈 때마다 이 건물을 지나칩니다. 매화 향기 그윽한 이곳의 역사를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조상들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선비정신이 그립습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건물을 짓고 나무를 심었던 우리 조상들의 풍류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남녘에 매화 향기 그윽합니다. 뜻깊은 주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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