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에 벼슬길에 나섰지만 난세였다. 아첨과 아부는 체질상 맞지 않아 마흔한 살 때, ‘다섯 되 쌀 때문에 허리를 굽힐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낙향했다, 그 후로 아무리 배고파도 다시는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예순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척박한 땅에서 몸소 밭을 갈고 씨 뿌리며 시와 술을 벗 삼아 청빈하게 살았다. ‘정절 선생’으로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의 이야기다.
말년을 권력이나 정치를 멀리하며 농사꾼으로 살면서 도연명이 꿈꾼 이상향이 어떤 곳이었는지《도화원기》에 펼쳐진다. ‘무릉’이라는 곳에 살던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복숭아꽃 피는 마을에서 길을 잃었다. 배에서 내려 동굴을 따라가다 어느 마을에 들어섰는데, 풍경이 무척 아름답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 평화로움의 근원을 도연명은 이렇게 썼다.
서로 격려하며 농사일에 힘쓰고, 해지면 집에 돌아와 쉬었네
뽕나무와 대나무는 짙은 그늘 드리우고, 콩과 기장은 철 따라 심었네
봄에는 누에를 쳐서 긴 실을 뽑고, 가을에 추수해도 세금은 없네
아이들은 마음껏 다니며 노래 부르고, 노인들은 즐겁게 놀러 다니네
초목이 무성하면 봄이 온 걸 알고, 나무가 시들면 바람 매서움을 아네
비록 세월 적은 달력 없지만, 사계절은 저절로 한 해를 이루나니
기쁘고도 즐거움이 많은데, 어찌 수고로이 꾀쓸 필요 있으랴
고향에 내려온 지 일 년이 되어간다. 우리는 누구나도 진정 자신의 내면에 아름다운 무릉도원의 세계를 꿈꾼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1년 전 광양 섬진마을과 탄치마을 그리고 매화마을에 다녀왔다. 나는 그곳을 무릉매원(武陵梅源)이라고 부른다. 더 이상의 매화나무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오늘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기이하게도 오늘 코로나 확진자 수가 30만을 돌파하고 33만 명을 예상한다고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는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온 국민이 걱정 없이 철 따라 꽃구경할 수 있는 세상만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벽돌 하나를 쌓는 심정으로 투표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벽돌 하나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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