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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나불도(羅佛島)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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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불도(羅佛島)의 겨울

 

아득한 옛날

바다에 떠 있을 때

나한(羅漢이 피안(彼岸)을 묻고

부처()가 섬이라고 답했다.

 

고려

강에 떠 있을 때

충렬왕이 꽃을 묻고

후궁(後宮)이 능소화라고 답했다.

 

그리고 또 고려

바닷물이 빠질 때

왜구가 바다를 묻고

장군이 강이라고 답했다.

 

조선

강물이 빠질 때

왕씨(王氏)가 땅을 묻고

이씨(李氏)가 국()이라고 말했다.

 

60, 70년대

강해(江海)가 하나였을 때

땅이 김장을 묻고

섬이 배추라고 말했다.

 

엊그제

육지가 되었을 때

바다가 물을 묻고

강이 똥이라고 답했다.

 

오늘

해가 멀리 도망갈 때

새가 시간을 묻고

내가 석양이라고 답했다.

 

내일

다시 날이 밝을 때

내가 역사를 묻고

해가 꿈이라고 답할 것이다.

 

해는 지고

외로운 새 한 마리

 

어디서 왔느뇨?

어디로 가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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