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집안 조카와 함께 증조부님과 고조부님의 산소를 다녀왔다.
이로써 나는 역사와 족보에 기록된 역대 조상님들의 산소 참배를 모두 마쳤다.
‘나의 뿌리 찾기’는 광주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나주, 김제, 무안 일로와 삼향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선조의 단과 묘소는 각각의 역사와 이야기를 안고 있다.
나주나씨 시조 나부(羅富) 할아버지의 시조단과 직장공파 파조 나원(羅源) 할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곳을 우리는 나주나씨 도선산(都先山)이라고 부른다.
나주시 보산동 장흥골에는 웅장한 제각들과 함께 왕릉을 방불케 하는 선조들의 묘소들이 있다. 도선산 입구부터는 일반 차량은 출입이 제한되지만, 경치가 아름다워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우리 문중 단톡방에 매일 시 한 편씩을 올리는 시인 족장이 있다. 오늘 아침 나태주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계절’의 시를 올리셨다. 또 한 분의 지인도 오늘 이 시를 다른 단체방에 올리셨다.
울림이 있어 애초의 계획을 바꿔 이 시를 사진과 함께 공유한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 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시제에 다녀오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오실 때 가지고 오시는 시제 음식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지푸라기로 엮은 꾸러미에서 나오는
찐 생선과 삶은 돼지고기, 육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침이 고인다.
시제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제 음식을 기다렸다.
그런지 몰라도
지금도 찐 생선과 삶은 돼지고기, 육전을 좋아한다.
12월 중순이 가기 전
문중 일가친척들과 함께
도선산에 올라
찐 생선, 삶은 돼지고기, 육전을 올리고
이 가을을 보내고 싶다.
도선산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나는 그 길을 ‘선비의 길’이라 부른다.
* 도선산의 전경과 가는 길, 석양
옛 사진과 함께 올립니다.
휴대폰 저장 공간이 부족, 사진 첨부가 어려워
블로그 올림이 늦어졌습니다.
이 가을을 놓치지 마세요.
'나의 뿌리를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누구로부터 태어났는가? (0) | 2021.12.11 |
---|---|
갈룡산의 겨울 (0) | 2021.12.10 |
호남 선비의 효시와 무지개 (0) | 2021.11.12 |
무안공의 조부 나성군(羅城君) (0) | 2021.11.10 |
가을에 핀 홍매화 (0) | 2021.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