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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키열전

에피소드 7. 빛과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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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7.

                                       빛과 어둠

 

 

          원숭이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피   터: 멋진 공연이었어.

하누만: 우랑우탕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압권이었어. 내가 죽은 걸까?

피   터: 우리들의 성공적인 공연을 위하여!

 

          피터가 건배 제의를 한다.

 

모   두: 건배!

 

        이스마엘이 술병을 들고 들어온다.

 

피   터: 이스마엘! 무슨 일 있어?

이스마엘: ......

손오공: 무슨 일이 있었구나?

이스마엘: 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하누만: 말해 봐!

이스마엘: 어제 밤 이수르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 단장 방을 지나오는데 이상한 소리가 돌렸어.

피   터: 단장?

이스마엘: 빼아트리체의 숨소리가 들렸어.

손오공: 빼아트리체의 숨소리?

이스마엘: 그래. 분명 빼아트리체의 신음소리였어!

 

          이스마엘이 포효하며 괴로워한다.

         피터가 이스마엘을 부축한다.

 

피   터: 차분하게 말해. 흥분하지 말고.

이스마엘: 난 여자의 신음소리를 알아. 우리 주인집 여자가 주인과 함께 잘 때 뱉던 그 소리!

하누만: 이수르! 사실이니?

 

          모두의 시선이 이수르에게 향한다.

         이수르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표정하게 그대로 있다.

        하누만 이수르의 멱살을 잡는다.

 

하누만: 듣지 못했다고 해! 너라도 듣지 못했다고 하란 말이야!

 

          다시 이스마엘의 멱살을 잡는다.

 

손오공: 너 거짓말 하는 거지?

이스마엘: 그래.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겠다.

 

          모두들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 절망에 빠진다.

          피터가 침착하게 입을 연다.

 

피   터: 모두들 진정해. 빼아트리체는 우리들의 천사야. 빼아트리체와 단장 사이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더라도 빼아트리체는 우리들의 천사야. 단지...

이스마엘: 뭐라구? 너 지금 제 정신이야?

피   터: 그래. 단지 너희들이 문제야. 그건 빼아트리체와 단장의 관계이고, 그것이 빼아트리체와 우리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없어.

손오공: 너 도통했구나. 나도 흥분하는데, 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다니...

피   터: 욕심일 뿐이야. 과욕!

하누만: 욕심이 아니야. 우리들의 희망이 무너졌을 뿐이야.

피   터: 희망도 과욕이야. 지나친 희망도 과욕에 불과해.

하누만: 넌 지나치게 진화되어 있어. 네 양심을 속이고 허세를 부리지 마.

피   터: 허세라고?

하누만: 허세가 아니면 뭐야?

피   터: 너희들이 어떻게 평가해도 좋아. 난 내 꿈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피터가 자리로 가 술을 마신다.

           이수르가 합세한다.

           뒤이어 손오공, 하누만, 이스마엘이 차례로 자리에 앉는다.

 

           긴 침묵.

 

           빼아트리체가 들어온다. 손에 촛불이 들렸다.

 

빼아트리체: 다 들었어. 그리고 사실이고.

 

           멀리서 원숭이들의 포효하는 웃음소리.

          절망하는 그들. 그러나 그 모습은 각기 다르다.

 

          다시 정적.

 

빼아트리체: 내 생각에 믿음은 햇살을 받으며 지내는 것과 비슷해. 햇살을 받고 있을 때 그림자를 만들지 않을 수 없지. (사이) 그림자는 의심을 뜻해. 햇살을 받고 있는 한 우리가 어디를 가든 그림자는 따라다녀. 그런데 햇살을 받고 싶지 않는 존재가 있을까? (사이) 세상에는 빛과 어둠, 확신과 의혹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흑과 백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데 길들어진 인간들은 이 둘을 동시에 포용하기 힘들어 항상 구체적인 답을 강요하지. 그러나 구체적인 답은 우리를 틀에 가두기 마련이야.

 

         빼아트리체가 성경과 촛불을 탁자에 놓고 자리에 앉는다.

 

빼아트리체: 우리 건배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으면 좋겠어. 햇살은 나에게 너무 밝아. 그냥 이 촛불만으로도, 이 밤은 우리들에게 족해.

 

         모두들 마법에 걸린 듯 빼아트리체가 건네는 술잔을 받는다.

 

빼아트리체: 피터, 버질, 이스마엘, 손오공, 하누만, 이수르. 우리 최후의 만찬을 하는 거야.

모   두: ?

빼아트리체: 난 9살 때 (음악 11 / 독백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되어 서커스단에 팔려왔지. 혹독한 채찍과 굶주림을 벗 삼아 공중곡예를 배웠고, 세상과 등지고 단장의 울타리 속에서 살았어.

 

         이수르가 빼아트리체의 잔에 술을 따른다.

 

빼아트리체: 모르겠어, 언제부턴지. 단장이 내 방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이스마엘: 뭐라구?

빼아트리체: 잘 들어. 절대 흥분해선 안 돼! 지금 단장은 빚더미에 올라 있어. 그래서 너희들을 처분하려고 해?

손오공: 우리들을 처분한다고?

피   터: 공연이 성공적이었는데도?

빼아트리체: 사채를 썼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야.

이스마엘: 우리들은 단 한 푼의 출연료 없이 주인인 단장에게 헌신해 왔어. 그런데 우리들을 처분하겠다고?

버   질: 그럼 빼아트리체는?

빼아트리체: 그래서 생각한 건데, 여기를 탈출해. 단장은 지금 술에 취해 있어. 이 기회를 놓치면 다른 방법이 없어.

 

          이스마엘 조용히 일어난다. 그의 손에 어느덧 술병이 쥐어져 있다.

 

이스마엘: 단장은 지금 어디 있지?

빼아트리체: 이스마엘! 침착해야 해.

 

          피터와 이수르가 이스마엘을 막는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이스마엘이 쏜살같이 밖으로 나간다.

          빼아트리체와 피터가 뒤따라 나간다.

 

음악 12 / 단장의 방으로

 

         손오공, 하루만, 버질의 모습이 원숭이로 변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원숭이들의 괴음.

        심장 박동소리 들린다.

 

       그리고 정적.

 

       잠시 후 이스마엘이 들어온다.

       깨진 술병에서 핏물이 떨어진다.

 

이스마엘: 내가 해치웠어. 내가 그 놈의 숨통을 끊었어.

 

         손오공과 하누만, 버질, 다시 극중 배우로 표정이 바뀐다.

         피터, 이수르, 빼아트리체 들어온다.

 

빼아트리체: 비극은 일어나고 말았어. 비극은....

이스마엘: 잘 들어. 너희들 빼아트리체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

피   터: 넌?

이스마엘: 난 내가 지은 죄를 달게 받을 거야.

빼아트리체: 내가 대신 남을게. 넌 여기서 남아 있다간 인간들에게 사살될 거야.

이스마엘: 빼아트리체가 가지 않는다면 이놈들은 길거리에서 다시 체포되거나 모두 사살돼. 그러니 빨리 가. 시간이 없어.

하누만: 함께 가자, 이스마엘.

손오공: 함께 가자, 이스마엘.

이스마엘: 시간이 없어. 곧 경찰이 올 거야. 내가 단장의 방에서 뛰쳐나온 걸 누

군가가 봤거든. 어서 도망가.

피   터: 함께 가자. 죽더라도 함께 가자.

 

         멀리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커지는 사이렌 소리.

 

이스마엘: 빨리 도망쳐!

피   터: 함께 가.

이스마엘: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죽어!

 

          배우들이 시선이 서서히 무대 우측으로 향하면 무대 암전.

              개짓는 소리.

         사이렌 소리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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