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오랑우탄 청문회
무대 한곳에 조명. 자막 보인다.
무대 전체에 조명 들어온다.
유병언을 상징하는 우랑우탄이 무대 앞에 앉아 있다.
원숭이들이 청문회의 국회의원처럼 무대 뒤에 앉아 있다.
피터는 위원장으로 중앙에 서있다.
피 터 : 증인 선서를 마쳤습니다. 증인은 무고한 300여명의 생명을 희생시킨 세월호 참사의 최고 책임자로, 온 국민을 집단 트라우마에 빠지게 하고 국민을 기만한 죄를 겸허하게 반성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진실만을 말씀하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유 : 트라우마가 뭡니까?
버 질 : 트라우마가 뭔지도 몰라요? 당신 직업이 뭐야?
유 : <홀리데이 인 수목원>에서 개그를 하고 있습니다. 놀러 오이소!
피 터 : 여기는 신성한 우리 멍키공화국의 청문회장입니다. 농담하지 마세요.
유 : 미치겠네. 못 믿겠다는 거지요. 한번 보이소.
오랑우탄으로 분한 배우가 유병언의 흉내를 내며 개그를 한다.
피 터 : 재미있네요. 앉아요. 이스마엘 의원 심문하시기 바랍니다.
이스마엘: 고릴라당의 이스마엘 의원입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유 증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증인! 분명히 지구를 떠났지요?
유 : 떠났으니까, 이곳으로 왔겠지요.
이스마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어떻게 죽었습니까?
유 : 누워서 죽었습니다.
버 질 : 자살입니까?
이스마엘 : 버질 의원! 지금은 제 질문 시간입니다. 유병언 증인! 답변하세요.
유 : 자살은 하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스마엘 : 그렇다면 타살이라는 말씀인가요?
하누만 : 이스마엘 의원! 유병언 증인의 죽음이 중요한 사안이 아닙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과 그 책임에 대한 유 증인의 확실한 책임을 묻는 데에 이 이 청문회의 목적이 있습니다.
이스마엘: 그 문제는 한국 국회에서 여야합의를 통해 다루어야 할 사안입니다.
버 질 : 한국 국회가 제대로 된 청문회를 한 적이 있습니까?
피 터 : 이스마엘 의원 질의시간이 지났습니다. 다음은 이수르 의원 질의하겠습니다.
이수르: 침팬지당의 이수르 의원입니다. 유병헌 증인! 재산이 총 얼마 정도 됩니까?
유 : 계산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수르: 여전히 개그를 하고 계시는군요. 수많은 청소년들이 꿈도 피우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에 잠겼습니다. 수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잃고 생의 좌표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온 국민이 증인의 죽음에 허탈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인은 우리 의원들과 한국 국민들을 농락하는 있습니다. 자중하세요.
손오공 : 이수르 의원 심문을 하시는 겁니까? 연설을 하시는 겁니까?
이수르: 연설적 심문을 하고 있습니다. 남의 심문시간에 관여하지 마세요.
버 질 : 연설적 심문을 하다간 날 샙니다. 답답해서 손 의원이 조언을 드리는 겁니다.
피 터 : 이수르 의원 질의시간 지났습니다.
이수르: 하나만 더 질의 하겠습니다.
피 터 : 좋습니다. 제 심문시간을 우리 당의 이수르 의원에게 양보하겠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하누만: 위원장! 이거 그래도 되는 겁니까?
이스마엘: 좀 양보하면 어떻습니까? 이거야말로 다수당의 횡포 아닌가요?
버 질 : 침팬지당과 고릴라당은 당명을 바꾸세요. 유인원당으로!
피 터 : 존경하는 하누만 의원님! 존경하는 버질 의원님! 조금만 양보하시면 됩니다.
유 : 존경하는 위원장님! 바쁜 몸 불러 놓고 뭐하시는 겁니까, 이거! 한국 국회 재탕이네요.
버 질 : 유병헌! 너 나쁜 놈이야! (퇴장한다)
피 터 : 이수르 의원 질의하세요!
이수르: 홀리데이 인 금수원의 입장료가 얼맙니까?
유 : 입장료는 없습니다. 기본 안주만 시키시면 됩니다.
버 질 : (다시 들어와) 기본이 얼만데?
손오공: 부끄럽습니다.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제 자신이!
피 터 : 하누만 의원 질의하겠습니다.
하누만: 유 증인 묻겠습니다. 김혜경이라는 여자를 알죠?
유 : 기억에 없습니다.
하누만: 불과 몇 개월 전의 여자를 기억하지 못 한다는 말씀인가요?
이스마엘: 하누만 의원. 청문회에서 왜 지저분한 여자 문제를 꺼내는 겁니까?
하누만: 김혜경이라는 증인의 많은 재산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수르: 증인은 기억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누만: 왜 두 의원들은 증인을 감싸고돌죠?
이스마엘: 난 여기 앉아 있었습니다.
이수르: 저도 여기 앉아 있습니다. 뭘 돌았다는 말이죠?
피 터: 하누만 의원 질의 시간 지났습니다.
하누만: 완전히 돌았어. 두 놈 다?
하누만 퇴장한다.
이스마엘: 놈이라니! 너 거기 있어?
이스마엘, 하누만을 쫓아나간다.
유 : 저도 가도 되나요?
피터 : 차라리 내가 나가지.
피터 퇴장한다.
이수르도 눈치를 살피더니 퇴장한다.
손오공 현실을 참담하게 받아들인다.
손오공: 하누만 의원의 질의를 연결해 심문하겠습니다. 김혜경이라는 여자를 기억하시죠?
유 : 보시다시피 전 이승을 떠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손오공: 그럼 유대균라는 남자를 기억하나요?
유 : 유대균이요? 기억에 없습니다.
손오공: 증인의 둘째아들도 모른다는 말입니까?
유 : 지상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망각했습니다.
손오공: 증인은 위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증인 아들 유대균은 지금 체포되어 구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사실도 모르나요?
유 : 대균이가요?
손오공: 그렀습니다. 증인! 증인은 증인 자녀의 구속에 가슴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로 자녀들이 희생된 부모님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우 : ......
손오공: 양심에 묻겠습니다.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지상의 인간들에게 한마디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 : ......
손오공: 저의 오랜 경험에 의하면 모든 생명은 업보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나는 오랑우탕으로 재생한 증인의 업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상에 남은 중생들에게 한마디 충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 : 돈도 명예도 한순간이더군요. 공수래 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 세상은 연극일 뿐이죠. 저도 많은 죄가 있지만, 지상에는 저보다도 더 독한 인간들이 많습니다. 그게 인간세계죠. 전 부처님께 귀의하여 오랑우탄으로 다시 되어났습니다. 지금 이 순간 구원이라는 낱말은 추상명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얼거리듯) 그런데 제가 죽었나요?
음악 9 / 전환
오랑우탄과 원숭이 손오공이 먼 하늘을 응시한다.
그들의 얼굴에 생의 무상함이 깃든다.
조명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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