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토요일입니다. 음력으로는 8월 5일이며 백로(白露)입니다.
며칠째 달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제쯤에는 아미같은 초승달이 뜨는 날인데 통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달에는 비가 자주 왔지만 달은 거의 날마다 떴습니다. 태양이 너무 뜨거워 달이 열병을 앓는 것일까요.
달밤에 피는 달맞이꽃을 소환해 봅니다. 미국에서도 달맞이꽃을 보았습니다. 하긴 우리나라에 피는 달맞이꽃의 대부분은 귀화식물입니다.
올 추석에 보름달을 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더위도 물러나겠지요. 백로인데도 달구어진 지구가 식을 줄 모릅니다.
오늘 오후에 무안학 학술대회가 열립니다. 아마도 소포(嘯浦) 나덕명 선조의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올 겁니다.
소포의 시 한 수를 소개합니다. 달이 등장하는 시가 많습니다. 기골이 장대했었어도, 6형제 중 가장 감수성이 강한 분이셨나 봅니다.
무안공 나자강 다음으로 내 고향 무안을 사랑하셨습니다. 말년을 일로 주룡에서 보내시고 지금도 주룡에 유거하십니다.
스승 곤재 정개청의 억울한 누명에 연류되어 기축옥사에 형제들이 모두 유배를 떠나게 됩니다. 그 유배지에서 지었던 시로 사료됩니다.
우리는 '시원한' 가을을 생각하는데 소포는 '쓸쓸한' 가을을 생각했나 봅니다.
나천수, 나상필 박사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소포의 "쓸쓸함'이 '시원함'으로 승화되는 가을을 소망합니다.
박석무, 김종곤 교수님, 박관서 작가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박해연, 조기석, 노기옥 연구자의 열띤 토론을 기대합니다.
가을 생각
나덕명
한밤 가을 나뭇잎에 원망 깃드는데
쓸쓸이 달만 높이 떠오르네.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도 못하고
거울 속의 머리털만 히얗게 희어지네.
秋思(추사)
秋怨生秋葉(추원생추엽)
蕭蕭月欲高(소소월욕고)
相思不相見(상사불상견)
白盡鏡中毛(백진경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