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잠일기(栢蠶日記)

탐매(探梅)의 길

728x90
초의선사 동상과 홍매화

옛 선비들이 매화가 핀 경치를 찾아 구경하는 것을 탐매(探梅)라고 했다. 매화는 선비의 꽃이다.

초의선사 유적지에 탐매를 갔다가 우연히 나씨 문중의 친족 두 분을 만났다. 항렬이 하나 위인 창수 아재와 하나 아래인 명엽 족장이 지난 금요일 초의선사 유적지를 찾은 것이다.

하필 그 시간에 초의선사 동상 앞에서 조우했다. 창수 아재는 농학박사이고 명엽 족장은 경영학 박사이다. 두 분의 공통점은 한학에 조예가 깊고 시인이시다.

최근에 창수 아재는 무안향교 전교로 취임하셨다. 선거 과정에서 나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그러한 일에 혈연이나 학연을 따지는 것은 선비의 길이 아니다.

세상이 시끄럽다. 향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향교 이야기를 한동안 꺼내지 않았다.

향교에 선비가 많지 않다. 선비정신의 부활이 절실하다. 도덕과 윤리, 충효열의 정신이 무너진 현대사회에서 향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선비정신이 발현되어야 한다. 전교의 책임이 무겁다. 무안향교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봉수산 초의선사 유적지에 매향(梅香)이 그윽하다. 매화의 향기가 무안향교 대성전에,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법원에, 언론사에도 그윽하게 퍼졌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매화 향기를 따라 유람하는 것이 아니라, 매화의 정신을 찾는 탐매의 자세이다. 옛 블로그에 올렸지만, 다시 신흠 선생의 시를 여기에 옮긴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있으며
버드나무는 백번 꺾이더라도 새 가지가 움터온다.

일지암과 홍매화
일지암과 청매화
금오초당과 홍매화
초의선사 자료박물관
용호백로정에서 나명엽, 나창수 박사
2023년 2월 10일 일로에서

728x90

'백잠일기(栢蠶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작지교(鷹鵲之交)  (0) 2023.03.01
3.1절 새벽에  (0) 2023.03.01
지구는 인류의 보금자리인가?  (0) 2023.02.11
우리들의 봄을 위하여  (0) 2023.02.08
우리가 가는 길  (0)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