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날마다 짜증이 나는 이야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따뜻한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를 오미자(五美子)로 부르련다. 다섯 가지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분이다.
얼굴 없는 천사의 아름다움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이름하여 오미(五美)다,
일미(一美)
가난한 자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이미(二美)
선행을 베풀면서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삼미(三美)
일회성이 아니라 선행을 지속성 있게 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미(四美)
고액의 돈을 해마다 낼 때는 가족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가족이 아닐 수 없다.
오미(五美)
얼굴 없는 천사는 그러한 선행을 통하여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전주의 이름을 빛냈다. 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얼굴 없는 천사, 오미자의 선행은 ‘타인능해’의 정신이다. ‘타인능해’의 산실 운조루는 구례군 토지면 오미(五美)마을에 있다.
마을의 안산이 되는 오봉산이 기묘하고, 사방으로 둘러싼 산들이 길하며, 물과 샘이 족하며, 풍토가 모두 질박하여 산이 좋고 물이 좋고 터와 집들이 살아가기에 좋다고 하여 오미리(五美里)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오미마을 입구에 오미정(五美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전주에 얼굴 없는 천사의 ‘오미’ 정신을 기리는 정자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자의 이름을 ‘오미정’으로 하면 ‘타인능해’의 오미마을 오미정과 연결된다.
전주시장께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얼굴 없는 천사의 ‘오미’ 정신을 확산하고 전주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자. 한옥마을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천사의 거리도 찾아갈 수 있도록 명소화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자 하나 만들면 어떨까!
오미재(五美齋)나 오미루(五味樓)면 더 좋다! 거기서 교육도 하고 기부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말이다. 전주를 찾는 외국인들도 꼭 찾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짓고 제대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얼굴 없는 천사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지나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춘다. 못내 아쉬워 얼굴 없는 천사, 오미자를 위한 헌사(獻寫)를 올린다. 여기에 쓰려고 아껴둔 사진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전라북도에 눈이 많이 내린 이유는 얼굴 없는 천사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전주의 설경에 많은 분이 찬사를 보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몇 컷의 사진은 전주에서 목포로 가는 길에 담았다. 그 사진들도 전주가 아니었다면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세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운조루에 갔던 일, 운조루의 후손 유응교 시인을 비롯한 전북의 아름다운 분들과 만남이 필연이었던 것이다.
얼굴 없는 천사에게 가장 높은 곳에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사진 하나를 더 바친다. 이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진이다. 오미자의 ‘오미’ 정신에 찬사를 보내며 이 사진을 바친다.
전주시가 오미 정신을 스토리텔링으로 가꾸고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도시의 브랜드가 도시를 살리는 시대가 왔다.
전주의 한옥이 가장 아름다운 건 아니다. 전주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전주’ 정신이다. 오미 정신이 전주 정신으로 승화되길 간절하게 소망한다.
붉게 익은 산수유 열매와 백설의 조화에서 오미자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오미자와 산수유의 혼돈이 낳은 새로운 창조다.
산타 오미자
동짓날 차려입은 순백의 하얀 치마
빠알간 산수유도 새하얀 모자 썼네
성탄절 오시는 밤길 소복소복 쌓이네.
올해도 어김없이 전주골 또 오셨네
빠알간 오미실(五美實)도 무명씨 오미자(五美子)도
전주골 산타크로스 엄동설한 녹이네
45년만에 시조를 쓴다. 아직은 습작 단계다. 하버드대 아시아 시(詩) 작문 강의에서 한국 시조를 격찬한 데이비드 맥켄(David McCann) 교수를 소개한 유응교 박사의 영향이 크다.
완성된 작품이 아니다. 계속 갈고 닦아 정진할 계획이다. 언젠가는 사진을 담는 일처럼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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