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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천황사에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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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월출산 천황사 가는 길에 이어 너의 기상 시간에 맞춰 천황사의 설경을 올리고 싶었다.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쓰다보니 단조로워 몇 개의 사진을 추가한다. 보충한 사진은 하산 후의 월출산 설경이다. 

 

사진의 질감이 다른 것은 날씨가 뱐했기 때문이다.  잔뜩 흐렸던 날씨가 맑게 개고 월출산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다른 설명은 생략하고 천황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겠다.

 

우리나라에 천황사(天皇寺)라는 절이 두 곳에 있다. 영암 월출산 말고도 전라북도 진안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산사(金山寺)의 말사인 진안의 천황사는 신라 헌강왕 1(875) 무염국사(無染國師)가 창건하였고, 고려 문종 19(1965) 에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중창한 사찰이다.

 

영암 월출산의 천황사는 신라 말 고려 초에 창건된 절로 추정된다. 원효(元曉)가 창건하고 도선(道詵)이 중창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실제로 절의 창건에 관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생각보다 절의 크기가 무척 작다.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월출산 천황사는 1597(선조 30) 정유재란(丁酉再亂) 때 소실되었다. 절터에서 '순치병술년(順治丙戌年)'이라는 기와 명문이 발견되어 1646(인조 24)에 절이 중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절이 화재로 전소하여 폐사되었다고 한다.

 

영암의 천황사는 기와 명문에 따르면 원래 사자사(獅子寺)였는데, 1906년 중창하면서 현재의 천황사로 부르게 되었다. 아마도 월출산의 최고봉인 천황봉을 의식한 것 같다.

 

해방 후인 1947년 영암군 청년회가 수련장으로 쓰던 건물을 시주하였는데, 이를 법당으로 삼으며 천황사의 재건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1953년에 인법당을 건립하였고, 1959년에는 칠성각을 조성하여 오늘에 이른다.

 

천황사에는 현재 칠성각 대신 삼성각이 있다.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독성각은 나반존자(那畔尊者)를 모신 곳이다. 이 존자는 남인도의 천태산에서 홀로 수행한 성자였다고 하여 독성(獨聖)이라 한다. 나반은 과거 · 현재 · 미래의 모든 일을 꿰뚫어 알고, 중생에게 복을 주고 그의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고 한다. 독성각에는 나반존자상을 모시기도 하지만 보통 독성탱화를 걸어 둔다. 이 탱화는 천태산을 배경으로 하여 희고 긴 눈썹을 지닌 늙은 비구가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왼손에는 염주나 불로초를 들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칠성각(七星閣)은 칠성신(七星神)을 모신 곳이다. 이 신(神)은 우리나라의 토착신앙이었으나 불교에 흡수되어 변용되었다. 칠성신은 자손에게 복을 주고, 장애와 재난을 없애주며, 오래 살게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불교사의 초기 및 중기의 사찰에서는 칠성각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나타나기 시작하여 현재는 전국의 대부분 사찰에 칠성각이 있다.

산신은 원래 불교와 관계없으나 불교가 한반도에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그에 수용되어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되었다. 산신각(山神閣)에는 주로 호랑이와 노인의 모습을 한 산신상이나 이를 그린 탱화,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호랑이 위에 앉아 있는 할머니상, 백발의 수염에 긴 눈썹을 날리며 손에는 깃털 부채나 불로초를 들고 있는 산신을 그린 탱화 등을 걸어둔다. 그리고 독성 · 칠성 · 산신을 함께 모신 건물을 삼성각(三聖閣)이라 한다.

 

칠성각과 삼성각에 대해 언급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국은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토착화 과정에서 우리의 것을 만들어내었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칠성각과 삼성각이 그 중요한 증거의 하나다. 다음에 한국의 사찰을 방문할 때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지금은 타국에 있지만, 항상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야 한다.

 

각설하고,

월출산과 천황사의 설경 사진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았느냐. 너의 느낌이 중요하다. 종교를 떠나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짐을 느낀다.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천황사에 눈이 내린다. 월출산에 눈이 내린다.

눈 내리는 월출산의 선사 여행. 너와 함께 월출산의 설경을 다시 보고 싶다. 

 

이것이 천황사 삼성각 산신에게 빌었던 아빠의 소망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 계단을 오르면서 말이다.

 

오늘은 강진 쪽의 월출산에 오른다. 아침 일찍 월출산 경포대 주차창으로 출발해야 한다.

 

새벽 5시가 지났다. 이제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오늘도 뜻깊은 시간 되길!

아빠가.

 

 

대웅전

 

 

 

대웅전
대웅전에서 바라본 풍광

 

 

삼성각

 

삼성각 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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