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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잠향전(潛香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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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꽃망울, 무안 청계 2022. 05. 19
작약꽃, 무안 청계 2022. 05. 19
작약꽃과 팽나무, 무안 청계, 2022. 05. 19
작약꽃과 팽나무, 무안 청계, 2022. 05. 19
작약꽃과 팽나무, 무안 청계, 2022. 05. 19

 

모란꽃(목단), 무안 삼향 초의선사 생가, 2022. 04. 24
모란 열매, 무안 삼향 초의선사 생가, 2022. 05. 20
작약꽃, 무안 삼향 초의선사, 2022. 05. 20
작약꽃, 무안 삼향 초의선사 생가, 2022. 05. 20
작약꽃과 팽나무 앞에서, 무안 청계, 2022. 05. 19

어제 종친회 친교 모임이 광주에서 있었습니다.

4월에 신입 회원으로 들어가 벌써 세 번째 모임입니다. 첫 모임 때는 차를 직접 운전해서 광주에 사는 제자를 불러냈습니다. 음주운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광주에서 숙소를 잡아 모텔 근처에서 제자와 2차를 했습니다. 그냥 보낼 수는 없지요.

두 번째 모임은 나주에서 있었는데 아내가 핸들을 잡았습니다. 초청하신 명훈 족장님이 함께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술을 마시지 말까? 버스를 타고 갈까? 결국에는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가죽공예를 배우고 있는 학교로 가서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아침에 올린 작약꽃은 아내가 운전하는 동안 제가 청계 근처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이 사진들은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친교 모임이 없었다면 청계 근처를 지나갈 일이 없었지요. 더 따지고 보면 저를 아껴주시는 종친회 어르신들의 추천과 초청이 있었고, 더 근원적인 것은 시조님을 비롯한 조상님들의 부르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필연을 얘기했던 것입니다.

어제 종친 어르신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도중에 아내는 광주의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아신 종친들께서 왜 아내를 참석시키지 않았느냐고 하셨습니다. 아내는 낄 때와 빠질 때를 잘 아는 여성입니다.

신라 시대로 얘기를 돌립니다.

선덕여왕이 받은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었던 이유는 당나라 화법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에 80세 노인을 상징하는 나비를 그리면 영원한 부귀를 누리는 것을 제한한다고 생각해서 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 모란과 작약에는 벌이나 나비가 접근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둘 다 약으로 쓰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침에 아내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고향 왕산마을을 잠시 들렀습니다. 초의선사 생가 옆에서 4월에 찍었던 모란(목단)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모란과 작약의 차이를. 똑같은 작약과인데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풀입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작약이 필 때쯤 모란은 이미 지면서 열매를 맺습니다.

작약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치유의 신 파이온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신들의 의사였던 파이온이 작약 뿌리로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의 상처를 치료해 주자, 제자 파이온을 질투했던 아스클레피오스가 분노해 그를 죽이려 했지만, 제우스가 파이온을 살려 작약꽃으로 피어나게 했답니다.

서양 화가들도 작약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인상파 화가인 마네와 모네 등이 작약꽃을 즐겨 그렸습니다. 빅토리아시대에는 사랑과 로맨스, 결혼을 상징했다고 합니다. 구애할 때 장미를 사용했다면 작약은 상대의 마음을 얻었을 때 바치는 꽃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아내가 종강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아내가 만든 가죽 공예품을 차에 싣고 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차로 나주에 함께 가야 합니다. 아내의 종강 시간과 저의 강의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집니다.

다음 주부터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내가 운전을 해 줍니다. 가까이 있는 아내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는 나날입니다. 모란도 작약도 아내가 없었다면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4월에 올렸던 모란(목단) 말입니다. 휴대폰을 분실했던 제가 아내의 폰 카메라로 촬영하여 올렸던 그 모란꽃!

https://blog.daum.net/nsangman/6450568

 

목단

휴대폰을 분실했어요. 어제 종석 형, 종천, 종욱이와 오랜만에 한잔했습니다. 모두 유교리 군산동 출신입니다. 나주 임씨들입니다. 시제 참석차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목포 사는 종욱이도 함

blog.daum.net

 

오늘 그곳에 공교롭게도 모란꽃은 졌는데, 작약꽃 몇 송이가 예쁘게 피어있었습니다. 꽃은 피고 집니다. 이것이 자연의 원리이지요. 인생도 마찬가지겠죠.

저는 작약의 향기를 잠향(潛香)이라고 표현하렵니다. 향기가 숨어있다는 뜻입니다. 아내가 예쁘게 찍어준 사진 한 컷도 함께 올립니다. 제가 봐도 참 맘에 드는 작품입니다.

저는 아내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가 봅니다. 세상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특히 가까이 있는 분들의 소중함과 고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작약의 잠향이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봄의 끝자락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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