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시집 오는 날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전 내내 날씨가 흐렸다.
참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런 변덕은 괜찮다.
거짓말처럼
오후부터 화창한 하늘이다.
유교리에 들러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에 다녀왔다.
상석(床石)에 휴대폰과 자동차 열쇠를 올려놓고
인사를 드렸다.
백부님 내외, 숙부님 내외 묘소에는
고개를 숙여 묵례만 드렸다.
유교마을 앞 당산 침계정에서 고향 선배와 후배들이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합석하여 어린 시절의 추억담을 나누고 일로 청호리로 향했다.
먼저 주룡나루에 들러 오늘의 월출 전망을 점검하고 갈룡산으로 향했다.
8세조 녹사공 내외분, 9세조 무안공 내외분, 14세조 반계공 내외분 합장묘 앞에서 묵념을 드렸다.
일주일에 서너 번 성묘하기에 별도의 큰 인사는 드리지 않았다.
망모산 묘소도 마찬가지였다. 조상님들 전체 묘소에 재배(再拜)하려면 하루도 부족하다.
13세조 금호공 할아버지 묘소를 필두로 그 아들들인 소포공, 영암공, 장암공 묘소에 묵념을 했다.
오후 6시쯤 주룡나루로 다시 왔을 때 월출의 기미가 없었다.
급하게 차를 몰고 주룡마을, 못난이미술관을 거쳐 우비마을에 주차를 하였다.
어둠 속에서 영산강 1경 쪽으로 걸었다.
새색시는 약속을 지켰다.
보름달과의 맞선이 시작되었다.
긴 여행에도 불구하고
새색시는 예쁜 자태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나는 숨을 죽여가며
새색시의 숨결을 가슴에 담았다.
완벽한 보름달이다.
촬영을 마치자
휴대폰을 쥔 왼손에 마비가 오고
겉옷이 밤이슬에 촉촉하게 젖었다.
우선 13컷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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