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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논문

연기교육학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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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교육학의 어제와 오늘

-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중심으로 -

 

 

1. 들어가며

 

1997년은 러시아 연극인들에게 있어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유럽 연극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러시아 연극이 세계연극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설립에 있다. 당시 러시아 연극은 가벼운 소극과 천박한 표현으로 일관했고, 앙상블을 무시한 스타 시스템이나 관습적인 연기를 답습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러시아 연극에 염증을 느낀 두 사람이 낡은 연극의 천박성과 허위성을 타파하고 무대적 진실을 찾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897년 6월 22일 오후 2시, ‘슬라비얀스키 바자르’라는 식당에서 그 역사적 만남을 갖게 된다.2) 휴식도 없이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진행된3) 콘스탄틴 세르게이비치 스타니스랍스키와 블라지미르 이바노비치 네미로비치-단첸코의 이 역사적 만남이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탄생으로 이어졌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연극사적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실주의 양식의 확립과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개발에 있다고 보겠다. 지금 모스크바에서는 예술극장 창설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준비에 분주하고, 두 개로 분리된 예술극장1)은 저마다 정통성을 주장하며 창립 100주년 기념공연과 해외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100년사를 추적하며 그 현대적 의의를 살펴보고, 예술극장이 세계연극의 진원지로 발전하게 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재평가에 대한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세계의 연극, 오늘의 쟁점-러시아’의 원고를 청탁받았을 때, 필자는 이 두 가지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예견한 일이지만 한정된 원고로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100년사를 정리한다는 작업은 그 긴 역사의 도정을 고려할 때,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발생과정에서부터 적용, 발전, 수정, 재해석에 이르는 주제 또한 그의 방대한 저술에 비춰볼 때, 원고의 한계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문제는 별도의 지면이나 연구로 돌리고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중심으로 러시아에서의 연기교육학의 현주소를 검토하고자 한다.

 

2. 연기교육학의 도입

 

어떤 예술보다도 제약과 조건이 많은 연극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성장, 투쟁, 발전의 연속과정을 거치면서 질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를 두고서 레이몬드 윌리엄스는 현대연극의 역사를 극적 관습의 변화에서 보고, 진정한 연극의 가능성이 그 변화 속에서 잉태되었다고 했다.4) 그러나 연극의 역사가 성장, 투쟁, 발전의 연속과정이었던 반면에 연기훈련은 거기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개인적 재능에 의존하고 있었다. 5)

배우에게 재능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재능 없는 인간에게 배우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질이 좋지 않은 씨를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6) 그렇지만 재능 있는 음악가 ․ 성악가 ․ 무용가 ․ 미술가들이 자신들의 선천적인 소질을 완벽한 것으로 하여 자신들의 예능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그런데 왜 드라마 배우는 재능만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것인가. 이와 같은 특권은 연극의 특수한 성질, 기타 예술형태 속에서의 그 예외적인 위치에서 생긴 것일까. 그것과 함께 또 교육과 전문가적 기술을 부정하고, 재능과 ‘끼’와 ‘감’의 마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연기 지망자들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고리키는 능숙하게 대답하고 있다.

“재능은 순혈종인 말과 같이 이것을 구사하는 것을 습득시켜야 한다. 만약 말고삐를 사방에서 잡아당기면 그것은 짐 싣는 하치의 말이 될 것이다.” 7)

주지한 바와 같이 진정한 예술은 재능과 기술의 통합으로부터 이루어지며, 기술은 좋은 전통과 많은 세대의 경험을 축적한 학교에 의해 기초를 만들 수 있다. 학교는 학생의 선천적인 소질을 신장하고 연마시켜 필요한 지식과 준수사항을 주어 재능을 조직화하고, 이것을 모든 창조적 과제에 호응하는 유연한 것으로 한다.8) 진보적인 연극인들이 재능의 발달에 있어 학교의 중요한 역할을 인정하여 학교를 위해 싸우고, 그 힘에 응하여 배우예술의 이론과 기술을 개발해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연기교육은 한걸음 한걸음씩 완성되어 온 것이다. 이 도정은 복잡하고 모순된 것으로 반드시 정확한 목표를 향하여 왔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세계의 오래된 연극학교는 우수한 배우들의 외면적 연기법을 가르쳤는데, 이것은 창조의 내면적 본질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에는 무력하였다. 학교에서는 어떤 역할이 기존의 연기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연기시킬 것인가를 자주 가르쳤는데, 예술 그 자체, 그 기술, 어떠한 역할에 대한 작업의 방법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연기교육은 가창· 낭독· 무용 등의 관련예술의 선과에 의존해서 자기 자신의 직업적 기초를 완성하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다. 가르치는 방법에는 계통이 없다고 하는 주관주의가 많았다. 연기교육에 있어서 경험론을 극복하고, 이것을 일정한 학문적 체계의 틀에 넣으려고 하는 것도 시도되어 이 목적에서 많은 무대예술의 길잡이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것 중에는 면밀하게 고찰된 무대의 표현법칙을 토대로 하여 무대 위에서의 배우의 말과 행동에 관한 규칙이 세밀하게 기술되고 있다.9) 배우들에게 제기된 것은 모든 인간의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는 외면적 수법이었다. 이러한 수법의 대부분은 일찍이 생활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었지만, 이것을 만든 내면적 본질에서 유리된 그들은 억양과 자세 등의 분절형으로 퇴화하고,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 가지 못하는 연극적 관습으로 퇴화되었다.10)

예전의 교육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에서 세대로 예술이 만든 전통을 전달하는 스승과 제자들의 직접적인 교류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쉐프킨11)의 현명한 조언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의의를 잃지 않고 있다. 그것에는 몇 가지 무대 리얼리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나타나 있다. 그렇지만 원칙을 아는 것과 이것을 자신의 창조 속에서 구체화하는 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능력뿐만 아니라, 예전의 연기교육의 몰랐던, 잘 연습된 배우의 심리기술과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역할의 작업이 필요하다.

배우예술의 현대적 유파를 완성한 공적은 스타니스랍스키의 것이다. 배우의 창조에 관해 전체적으로 체계화되고 정리된 그의 학문적 성과는 무대의 이론, 방법, 배우술의 문제를 연극사상 처음으로 세밀히 구명한 것이었다. 레이몬드 톰슨은 연극의 역사를 스타니스랍스키 이전 시기와 이후의 시기로 구분하며.12) 그의 가르침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으로 알려진 시스템의 목적은 생동감 넘치는 예술적 진실의 형상화를 통하여 역할의 ‘인간 정신의 생활’을 무대에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배우를 돕는 방법에 관한 일이다. 이 목적을 위해, 이것을 실제로 실현하는 수단이 탐구되어, 연기교육학이 만들어진 것이다.13)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은 창조의 규격화와는 무관한 것으로, 그것은 형식과 내용의 통일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예술형식의 영역에서는 어떠한 규격도 지시하지 않는다. 다른 대부분의 연극 시스템과는 달리 스타니스랍스키의 학설은 미학적 규범을 근거로 하지 않고 배우 = 인간의 유기적 본성을 만들어내는 객관적 법칙의 인식을 근거로 하고 있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시스템과 그 창조의 법칙은 모든 사람, 모든 유파에게 있어 동일한 것이다’ 며 ‘자연의 법칙은 예외 없이 만물을 묶어주는 끈이니 그 법칙’을 위반하지 말라고 경고하였다.14) 그의 시스템은 잠재의식적인, 불수의적인 무대의 창조과정을 의식적으로 습득하는 문제가 비로소 해결되어 배우가 유기적인 형상으로 재생하는 길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검토되었다. 시스템은 창조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나 예술로 통하는 올바른 길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창조를 위한 가장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배우의 능력과 재능 속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스타니스랍스키는 시스템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배우의 일생을 통하여 매일매일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15)

스타니스랍스키 학파의 불후의 의의는 그것이 연극의 진공 속에서 성장하고, 그 경험을 종합하고, 마지막에 인간에 관한 현대 과학의 굳건한 기초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스타니스랍스키 학파는 연기교육에 있어서 자연발생성을 극복하는 것을 도와, 이것에 진정한 과학으로서의 특징을 부여한 것이다.16)

 

3.연기교육학의 발전과정

 

시스템은 오랫동안 구전(口傳)으로서 존재해 왔다. 1910년대에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여러 통로를 통해 극장의 실제적인 작업이나 후진 양성에 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극히 단순화시킨 된 형태로만 시스템을 알았다. 스타니스랍스키는 그의 명제가 실제로 상세히 점검되기까지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결심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스타니스랍스키와 함께 일하지 않은 배우나 연출가의 대부분은 시스템을 소문으로 들어 알고, 시스템에 대해서 대략적인, 때로는 대단히 변형된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17)

스타니스랍스키의 저술은 자주 중단하면서 10여 년에 걸쳐 간행되었는데, 이것 또한 여러 가지 오해를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18) <배우의 작업> 제1부의 내용은 시스템이 문제로 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창조의 심리이며, 무대적인 체현과 예술적 형식의 표현력 문제는 무시되고 있고, 배우는 정확하게 역할을 체험19)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기타의 것은 자연스럽게 된다고 하는 잘못된 결론에 많은 사람이 유도되었다. 다시 말해 스타니스랍스키가 배우의 작업 1부에서 “우리 배우의 목표는 인간의 정신적 삶의 창조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아름답고 예술적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배우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내면적으로 생활하고, 자신의 경험을 외형적으로 체현20)해야 할 의무가 있다”21)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측면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시스템의 이러한 일방적인 수용 방법은 실천적으로는 연극 예술에 있어서의 형식의 과소평가를 낳는 결과가 되었다.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체험’과 ‘체현’의 모든 요소의 통합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또한 이들 요소가 무대적 형상을 창조해 내는 작업 속에서 통일되는 것을 모르는 한,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배우의 작업에 관한 책이 출판된 후에도 역할과 각본에 대한 작업의 방법에 대한 시스템의 제2부와 관련된 스타니스랍스키의 초고는 오랫동안 불명확한 상태였다. 그의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는 온갖 소문이 퍼져, 연극 · 영화인들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혼란이 생기고 있었다. 그 결과 비 러시아권은 물론이거니와 1950년대 초, 소비에트 내외의 신문잡지에 격렬하게 전개된 스타니스랍스키의 유산에 관한 커다란 창조적 토론을 야기시켰다.

주지하듯이 스타니스랍스키는 탐구과정에서 일찍이 정확하다고 인정되고 있던 것을 여러 차례 재검토하여 받아들었다. 특히 역할과 각본에 대한 작업의 방법은 많은 수정과 변화를 겪었다. 배우의 창조를 보다 흔들리지 않는 궤도에 올리려는 스타니스랍스키의 노력은 만년에 <신체적 행동법>이라는 새로운, 본질적으로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그는 많은 부분에서 낡은 수법을 재검토하여 창조에 대한 전혀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기하였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새로운 방법의 주요한 원칙의 기초를 구축하였지만 그 구명을 완결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스타니스랍스키는 자신이 완결하여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던 것을 제자들과 아낌없이 나누었다. 그의 교육적 유산의 이 귀중한 부분은 깊이 연구되고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정착되어 있지 않다. 특히, 시스템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는 '오페라 드라마 스튜디오극장'22)에 있어서의 스타니스랍스키 최후의 교육적 실험은 지금 몇 사람에 의해서만 분석되고 있을 뿐이다. 23)

스타니스랍스키 학파의 실제적인 실험은 그것이 그의 문필상의 노작에 반영되어 있는 것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고 풍부하다. 대부분의 것에 대해서 스타니스랍스키는 아직 다 쓸 수 없었고 이미 쓴 것도 모두 그를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배우의 작업> 제1부를 인쇄에 넘기고 동시에 그 책의 중판에 맞추어 수정과 보안의 작업에 착수하고 있었다. 스타니스랍스키 사후 간행을 준비한 시스템 이외의 노작은 독립된 장이나 단편이고 완성도가 다양한 초고에 불과했다. 자료의 선택과 그 책의 구성은 스타니스랍스키 전집의 편집자와 감수자의 몫이었다.

그리하여 스타니스랍스키 전집 8권이 간행(1954-61년)24) 된 후, 그리고 <역할에 대한 배우의 작업>을 포함한 4권의 새로운 전집이 출간(1988-91년)25) 된 지금, 비로소 연극계는 시스템에 대한 가장 중요한 노작을 알고, 자료를 알지 못하는 것에서 생긴 많은 오해를 풀게 되었다.

그러나 스타니스랍스키가 배우의 전문직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고, 미래 세대의 역할은 그의 노작의 성과를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 예술에 있어서 스타니스랍스키가 본 것은 해결보다는 오히려 문제였다. 그가 발견한 방법의 절대화가 아니라, 무대예술 · 이론 · 방법 · 배우술의 끊임없는 발전과 완성 속에서 스타니스랍스키의 가르침의 의의와 열망이 있는 것이다.26)

 

4. 대학에서의 연기교육

 

현재 모스크바에는 4개의 연극대학27)이 있고 각각의 대학에는 연기과가 개설되어 있다. 그리고 몇몇의 대학에는 소수 민족을 위한 민족 스튜디오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필자의 주선으로 슈우킨 연극대학과 쉐프킨 연극대학은 한국 스튜디오가 개설되어 있고, 이들 대학을 마친 몇 명의 졸업생들은 한국의 연기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러시아에서 연기교육학은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 발전의 현 단계를 반영하여 연극학교의 활동 경험을 총괄하고 교육과정의 조직과 실시에 있어서 정확한 목표가 되도록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되었다. 따라서 스타니스랍스키의 문필상의 노작에는 완전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은 그의 창조적 · 교육적 사상의 최후의 성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들의 성과를 스타니스랍스키의 그 이전의 작업 전체로부터 분리하지 않고, 예술극장과 스튜디오극장에 있어서의 초기 탐구 안에 있는 모든 가치 있는 것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의 연기교육에는 네미로비치-단첸코를 비롯한 그의 가장 가까운 예술극장의 동료나 제자들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희곡에 대한 태도, 배우의 연기지도 방법에 있어서의 약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예술극장 창설자는 가장 중요한 점, 즉 무대예술의 본성, 그 목적과 과제의 이해에 있어서는 일치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이 같은 의견의 지주로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모스크바의 연극대학은 입학자의 선발에서부터 연기교육을 그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평균 200-300 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 예술에 일생을 바칠 많은 젊은이들 중에서 배우라는 직업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의 무대적 재능을 찾는 작업은 중요하다. 우수한 교수진을 갖추고 가장 우수한 교육법을 가지고 있어도 학생의 선발에 실패하면 결과는 평범한 것이 된다. 연극학교는 배우의 재능을 발달시키고 완성하는 것이지 이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없는 인간에게 연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질이 좋지 않은 씨를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스타니스랍스키의 견해가 입학시험에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선발된 학생은 15명 단위의 학급으로 편성되어 4년의 고된 실기 위주의 훈련을 거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더 작은 그룹으로 수업을 받거나 합반도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연극학교에서 다루는 1학년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요소훈련과 에튜드에 대한 작업이다.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알고 있는 생활을 재료로 하여 작은 극적 장면이나 에피소드를 창조하고 연기하는 것이 제안된다. 스타니스랍스키의 프로그램에 따라 대부분의 연극대학의 1학년 교육적 과제는 배우의 ‘자신에 대한 작업’에 치중한다. 참고로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연기교육은 편의상 ‘자신에 대한 작업’과 ‘역할에 대한 작업’으로 구분되나 이 두 작업의 정확한 결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배우의 자신에 대한 작업은 다음의 단계를 거친다.

 

1) 행동의 요소훈련:

스타니스랍스키는 배우의 예술을 무대적 행동의 예술이라고 규정한다. 행동은 무대 표현력의 주요한 수단이며, 적극적인 과제를 지향하는 유기적인 행동을 통해서 형상의 내면생활이 구상화되며, 작품의 이념적 구상이 해명된다.

요소훈련은 유기적 행동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분리해 내고 그에 따른 연습 과제들을 훈련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행동의 논리와 정당성을 찾는 연습이 주를 이룬다.

 

2) 신체적 행동의 기억

요소훈련이 부분적으로 마무리되면 ‘물체 없는 행동’이라고 부르는 ‘상상의 대상과의 훈련’이 시작된다. ‘신체적 행동의 기억’이라고 다시 정의된 이 훈련은 행동의 요소들이 통합되는 훈련으로 신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이 훈련은 고도의 집중력과 상상력, 날카로운 관찰력, 감각에 대한 기억과 논리와 일관성을 기르게 한다.28) 가장 단순한 신체적 행동의 논리와 일관성을 의식적으로 부활시키는 도움을 주는 이 훈련의 목적을 스타니스랍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실제의 대상에서는 기계적인 생활습관 때문에 본능적으로 많은 행동이 탈락하여 연기하는 사람은 그 행동을 더듬어가지 않게 된다. 이 탈락을 일일이 지키는 것은 어렵지만, 만일 이것을 그대로 두면 신체적 행동의 논리와 일관성의 선을 파괴하는 파경이 생기게 된다. 한편 파괴된 논리는 진실을 파괴하고, 진실이 없어지면 배우 자신도, 구경하는 관객도 신뢰나 심적 체험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상이 없는 행동’의 경우에는 다른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 조건에서 이의 없이 큰 행동의 극히 작은 부분적 단편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 없이는 여러 가지의 부차적인 단편을 생각하거나 수행할 수도 없고, 전체의 보조적인 부분 없이는 큰 행동 전체를 감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선 행동에 대해 잘 생각하고, 그 후에 그 후에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행동 방법의 논리와 일관성 덕분에 진실성에, 또 이 진실성 덕분에 신뢰와 진짜의 체험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것이다.

이것으로 보면 내가 왜 맨 처음에 ‘대상이 없는 행’에서 시작할 것을 권장하고 자네들에게 왜 실제의 대상을 문제 삼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29)

신체적 행동의 기억은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관문이자 꼭 거쳐야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30) 따라서 이 훈련은 끈기를 갖고 연습되어야 하며 공개적으로 발표하도록 되어 있다.

 

3) 1인 에튜드

에튜드는 스타니스랍스키가 음악용어에서 차용해 온 용어로 신체적 행동의 기억과 함께 시시템의 기본 핵심 프로그램이다. 에튜드는 신체적 행동의 기억을 통해 작은 신체적 진실을 찾아낸 학생들이 자기 주변에 있었던 일, 있을 수 있는 일을 다양한 제시된 상황에서 연습해 가면서 종국에는 사건의 발전과 등장인물의 행동의 행동이 선택되고 정착된 논리를 예상한다.

에튜드의 기초에 반드시 가로놓여 잇는 것은 예술적 허구이며, 사건의 발달에 있어서 우연성이 제외된다. 또한 즉흥성 성격을 가진 습관에 있어서의 행동은 일차성적이지만, 행동의 논리가 정착해 있는 에튜드에서의 행동은 반복적 성격을 가진다. 또한 연습(exercise)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주의가 행동의 이런 저런 요소로 고정되는데, 에튜드에서는 모든 요소의 동시 참가가 불가결하다.

에튜드의 작업은 1학년 후반기부터 시작하여 훈련의 수업과 병행해서 행해진다. 그러나 훈련에 앞서 가거나, 더군다나 훈련을 대신해서는 곤란하며, 에튜드의 양보다는 질에 더 유념해야 한다.31)

 

4) 유기적 침묵의 에튜드

배우의 무대에서의 주의가 ‘물체’라는 대상에서 자신과 물체로 행했던 1인 에튜드에서 상대배우로 확대되는 것이 2인 에튜드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상대역과의 생생한 교류에 이례적인 의의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가 무대 교류의 본성, 상호행동의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기에는 많은 기간이 필요했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오랫동안 교류를 배우의 내면적인 창조상태의 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었다. 배우수업의 <교류>의 장은 스타니스랍스키 스스로를 만족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이 책을 인쇄하자 곧 그 개정에 착수했던 것이다. 여기서 그는 ,배우의 모든 내면적 외면적 창조 구조의 첨가를 요구하는 유기적 과정으로서 교류를 규정하고 있다.32) 그는 종전대로 창조의 정신적 측면을 강조했는데, 이 과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행동의 신체적 본성에서 출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인간의 상호행동에 있어서 언어의 작용은 막강하다. 그러나 신체의 상호행동은 언어적 상호행동의 기초에 가로놓여 있으며, 신체의 행동은 언어 없이도 수행되는 데 반해, 언어의 상호행동은 신체의 상호행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사가 없는 상호행동의 연습과 에튜드를 통상 ‘유기적 침묵의 에튜드’라고 부른다.33) 중요한 것은 신체적 행동만의 도움을 빌려서 상대역의 주의를 끌고, 그에게 적응하고, 그와의 접촉을 확립하고, 그에게 작용하고 그 반응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평가하고, 변화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자기 행동의 합리적인 논리를 발견하는 데 있다.

유기적 침묵의 에튜드는 두 학생이 말을 할 수 없는 극히 간단한 제시된 상황의 연습에서 출발하여 점점 더 더 복잡한 부가적인 제시된 상황을 첨가하여 에튜드로 발전해야 한다. 이 에튜드 역시 공개 발표회를 거친다.

 

5) 2인 에튜드

침묵의 에튜드에서는 의식적으로 언어를 삭제했다. 드디어 언어가 상호교류의 수단으로 등장한다. 상호행동의 가장 좋은 연습은 상대역을 충돌이나 싸움으로 이끄는 적극적 과제를 낳는 연습이다. 만일 행동의 적극성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는다면 제시된 상황을 격화시키는 것으로 이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습이 제시된 상황에 의해 풍부해지고, 사건이 더욱 정확해지며 줄거리의 윤곽이 드러나고 창조의 과제가 결정되고, 일관된 행동의 선이 생기고, 등장인물의 행동 논리가 선택되고 고정되면서 연습은 에튜드로 성장된다. 중요한 것은 에튜드의 내용이 학생들의 생활 관찰로부터 유도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에튜드는 배우에게 필요한 직업적 자질의 발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의의를 지녀야 한다. 그래서 스타니스랍스키는 “모든 에튜드는 비록 작은 것이라도 내부로부터의 초과제와 일관된 행동에 의해 생기를 띨 것이다.”36) 고 가르쳤다.

1학년에서의 에튜드 작업의 질을 가리키는 지표가 되는 것은 줄거리의 재미나 연출상의 처리가 아니라 유기적 행동의 습득이다. 따라서 에튜드를 준비할 때의 교사의 도움은 학생들의 창조를 대신해서는 곤란하다. 러시아에서의 연기 실기평가는 시험 평가위원뿐만 아니라 많은 관중에게 공개 발표회를 갖는다. 시험연습이나 에튜드의 최종 과제는 무대의 '공개적 창조'라는 조건 속에서 초보 배우들에게 유기적으로 행동을 가르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실내 연습의 무대적 창조상태와 배우와 관객과의 만남의 결과에서 생기는 무대의 창조 상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관객과의 만남은 1학년부터 연기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관객에게 학교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것은 잘 검토되어 훌륭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교사의 해설을 동반하는, 연극학교의 수업에 관한 프로그램의 예는 스타니스랍스키가 집필한 <오페라 드라마 스튜디오 발표 프로그램>에 있다.36)

2학년부터의 수업은 이 두 개의 선을 강화하여 풍부하게 하면서 평행하게 나아가는 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다. 학생들은 배우기술의 요소를 습득해 가면서 무대 방법의 연구도 시작한다. 자기 자신의 생활 주변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생활 논리로 생동하는 것을 배웠던 1학년에서의 수업은 2학년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텍스트를 상대로 한다. 즉, 작가가 창조한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역할에 대한 작업’의 시작은 ‘관찰’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하는 슈우킨 연극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1) 관찰

관찰의 대상에는 인물, 동물, 사물이 있다. 인물은 주변의 특이한 인물을 설정하고 다양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그 사람의 외형적 측면을 형상화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다양한 동물의 특성과 동작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물체를 의인화하여 훈련하는 사물 훈련이 있다. 관찰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이나 동물들의 제시된 상황에서의 심적 체험과 내면세계까지도 표현되어야 한다.

관찰 수업의 다양한 제시된 상황에서의 연습이 개인 또는 집단의 에튜드로 발전되면서 공개 발표에 도달한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논리가 정립되지 않는 에튜드나 복잡한 교육 과제의 해결에 당면하면 생생한 유기적 창조의 기술을 돕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과욕을 부려서는 곤란하다.

 

2) 형상화를 위한 에튜드

1학년에서의 자기 자신의 생활 논리로 행동하는 것에 배웠다면 2학년에 들어서면 작가의 텍스트를 상대로 한다. 즉 작가가 창조한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의 논리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희곡은 많은 생략과 압축으로 작품이나 등장인물들의 정보나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단편이나 중편, 장편 소설에서 극적인 장면을 발췌하여 학생은 제시된 예술적 허구의 진실성을 믿고 그것에 살고 자신의 살아있는 비전, 감각, 계획으로 작자의 텍스트를 따라가야 한다.

학생은 역할의 상황 안에서 행동의 논리를 자신이 완성하고, 그것을 형상의 논리적 행동에서 서서히 접근해 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대적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갈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문학의 재료는 특징성 요소의 재현도 요구된다.

그러나 연기할 역할의 특징을 발견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무대적 형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 작품이나 무대 작품의 경우에도 우수한 형상은 반드시 그 소설의, 희곡, 공연의 발전 속에, 시간의 전개에서 형성된다.37)

 

3) 장면연기

드디어 극작가의 희곡을 만나게 된다. 단막극이나 장막희곡의 극적 장면을 발췌하여 등장인물의 행동의 논리를 찾아내고 형상화를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

형상은 배우가 무대의 어떤 장면에서 보이는 정적인 인물의 초상이 안이라, 역할의 일관된 행동 전체의 구현화(체현)를 말하는 것으로 대분의 경우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발전해 간다. 따라서 완전한 무대적 형상은 역할과 희곡의 제시된 상황 모두를 구체적인 생활, 사회, 역사적 측면에서 정확히 파악하고, 또 작가의 스타일과 작품 장르의 특수성까지도 고려해 넣어 종합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2학년에서 요구하는 것은 아직 무리이며 3학년에서 할 일이다. 문학 작품을 토대로 하는 에튜드에서 교육상의 중요한 과제는 역할에 대한 배우의 자주적인 작업이다. 따라서 교사의 지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지만 교사의 연출 작업으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38)

 

4) 전막 공연

드디어 희곡의 전체를 공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3학년부터 4학년에 걸쳐 공연하게 된다. 3학년에 들어서면 배우예술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의 중심이 역할에 대한 작업으로 옮겨진다. 1학년과 2학년에서 확실하게 습득한 연기술이나 에튜드, 발췌 공연의 경험은 공연 속에서 역할을 구현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2학년에서는 희곡의 생활 조건 속에서 자신이 유기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이 요구되었지만, 3학년에 들어오면 형상으로서 행동하는 공부가 그 주요 과제가 된다. 이렇게 해서 형상으로서의 배우의 변신이 비로소 학습 프로그램의 요구로서 제기되게 된다.

대학극을 만드는 작업에서는 서두르거나 타협하는 것을 절대 금물이다. 창조 과정의 모든 단계를 꼼꼼하게 빠짐없이 거쳐 가야 한다. 만일 3학년이 말이 되어서도 아직 공연이 완성되지 않았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요한 것은 창조 결과의 자연스런 성숙을 절대로 요구하거나 유기적 창조 방법의 체득 과정을 절대로 간략화 시키는 것은 금물이다.39)

4학년의 수업은 졸업공연 준비와 발표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3년 과정에서 배운 모든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다양한 극작의 재료를 토대로 한 무대 작업의 방법 습득으로 깊이 파고들면, 점차적으로 자주적인 작업의 측면으로 옮기는 여러 요소의 훈련이 계속된다. 그러나 이 시기는 학생극을 무대로 옮기고, 이것을 다양한 관객에게 공개한다.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여 관객과 접촉하는 것은 관객을 새로운 창조의 조건 속에 두는 것이다. 학교 강의실의 익숙한 환경 속에서 행동하는 것과 ‘관객이 있는 앞에서 형상으로 분하여 무대에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후자는 수백 명의 관중 앞에서 유기적인 모든 세부사항을 유지하여 관객을 자신의 예술로 감염시키고, 창조의 협력자로 만들어야 한다.40)

극을 무대로 옮기는 데 있어 교사는 젊은 배우들을 탈구로부터 막고, 연극 창조의 복잡한 조건을 극복하여 무대 연습에서 획득한 것을 모두 잃지 않고 관객 앞에서 보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관객이 배우를 그들의 영향권에 두는 것을 막고, 배우가 객석의 주의를 지배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41)

새로운 창조적 과제의 해결과 관련되는 작업 외에도 4학년에서는 학생 집단 속에서의 교육적 작업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적고 있다.

내면의 창조적인 측면은 더욱 더 커더란 질서, 조직, 규율을 요구한다. 이 조직의 복잡한, 세심함을 요구하는 영역에서의 작업은 우리들의 정신적 유기적 본성의 모든 엄격한 법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 작업이 공개적으로 창조라고 하는 대단히 어려운 조건에서 복잡하고 귀찮은 무대 작업이라는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내적, 외적 규율에 대한 요구는 다소 높아진다. 이러한 전제 없이는 무대에서 시스템의 모든 요소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무대에서 잉태하는 올바른 창조적 상태를 파괴하는 , 극복하기 어려운 오직 조건에 부딪혀 산산 조각나 버릴 것이다.42)

러시아에서 4학년의 졸업공연에는 각 극장의 연출자나 지도자들이 공연에 초대된다. 그들은 자신의 극장이나 작품에 필요한 예비배우들을 선발해 간다. 그러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오늘날 그러한 행운을 잡은 졸업생은 불과 몇 명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스튜디오 극장을 찾거나 자신들의 뜻에 맞는 동료들과의 만남에 희망을 걸어야 할 처지다.

 

5. 연기교육학의 과제

 

스타니스랍스키 사후, 연극교육학은 연기교육의 커다란 경험을 축적하였다. 어떤 점에서 이 경험은 시스템을 명확히 하고, 수정, 발전시키고 있는데 어떤 점에서는 시스템으로부터 후퇴하여 교육과제를 단순화하는 경향이 보인다. 연극교육의 실제에 있어서는 제자들을 창조의 방법과 기술을 완전하게 구사하는 자주적 예술가로 육성하는 대신에 그들을 ‘길들이고’, 결과에 의존하는 연출의 찌꺼기가 점점 뿌리 깊어지는 우려가 있다.

배우교육의 내용과 교수법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43) 그것은 발전하고, 양상을 바꾸어 시대의 요청과 과학 · 예술의 성과에 따라서 새로운 형식을 취해 간다. 시대에 뒤떨어진 명제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이념에 따라 스스로를 풍부하게 할 수 없는 수세적인 입장에 선 학파는 필연적으로 예술의 발전을 방해하게 된다. 시스템에 대한 이러한 수세적인, 독단적인 태도는 스타니스랍스키의 가르침의 정신 전체와 무관한 것이다.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에 있어서도 연기교육학의 모든 문제가 동일한 정도로 반드시 해명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이것들의 어떤 것은 그저 제기될 뿐, 아직 실천적 해결과 실험적 점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교육의 원칙은 방식화되어 있지만, 이것을 실현하는 방법의 구체적인 구명은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연기교육학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실천가와 이론가의 더 많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배우기술과 방법은 습득되어 체득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습득과 체득은 실천적인 습성을 기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랜 기간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무의식적인 행동의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스타니스랍스키의 견해가 교육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요소훈련과 신체적 행동의 기억, 에튜드를 배우가 일생을 통해서 꾸준하게 훈련하고 연습하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그의 열망이 하나의 과정으로 거쳐 가는 단계가 아니라 교육 현장은 물론 배우 자신들에도 평생의 교육으로, 하루하루의 일과가 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이 교육 현장에 정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타니스랍스키의 원칙은 시스템 속에서 가려져 있다. 연기교육의 목적이 실종되어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스타니스랍스키는 배우들에게 엄격한 윤리와 규율, 연극의 사회적 사명, 배우예술의 ‘근본적 목적’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d이러한 여러 문제는 교사와 학생들의 서론적 대화만으로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전 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또한 연기교육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 ‘발표’와 ‘공연’에 개인의 재능이 수단으로 대치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 땅의 연기 교육자들에게 절실한 심정으로 충언 아닌 부탁을 드리고 싶다.

 

 

주.

1) 모스크바 예술극장 (Московский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Академический Театр)은 현재 체홉 기념 모스크바예술극장 (Chekhov Moscow Art Theatre, 예술감독 Oleg Yefremov)과 고리키 기념 모스크바예술극장(Gorky Moscow Art Theatre, 예술감독Tatiana Doronina)으로 분리되어 있다. 트베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체홉 기념 예술극장은 2000년 이후 타바코프 (Oleg Tabakov)가 예술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다.

2) 스타니스랍스키와 네미로비치-단첸코의 역사적 만남은 스타니스랍스키가 『My Life in Art』에서 착각하여 일시를 잘못 표기했지만, 러시아판을 개정하면서 수정하였다.

3) 그들의 만남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자 모스크바 근교의 류비모브카에 있는 스타니스랍스키의 별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새로운 극장의 설립과 구체적인 설립 방안이 협의된다.

4) Raymond Williams. Drama from Ibsen to Brecht, Harmondsworth, Middlesex, England, Penguin Books LTD., 1976, p.397.

5) John Gassner (Ed.), Producing the Play (Revised Ed.), The Dryden Publishers, New York, 1953, p.137.

6) 스타니스랍스키는 “좋은 씨앗에서 좋은 열매가 열린다.”는 성경의 말을 인용하여 배우의 재능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다.

Г. Кристи. Воспитание Актёра Школы Станиславского. М., Искусство, 1968, p.21.

7) 앞의 책, 프로코피에프(Вл. Прокофьев)의 서문. pp.3-4.

8) 앞의 책, p.4

9)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책이 코크랭(Constantin Coquelin)의 『배우의 예술』(L'Art du Comedin)이다.

Constantin Coqulin, Elase Fogerty (trans.), The Art of Actor, George Allen & Uunwin LTD., London, 1968.

Коклен-Старший, Искусство актёр Перев. с Франц. Г. Мовшенсона. Л.-М., Искусство, 1937.

한국에도 이숙의 의해 이 책이 번역되어 있다.

李光來, 金興雨, 李淑 共譯, 새론 俳優藝術, 宇晟文化社, 서울, 1980.

10) Г. Кристи, 앞의 책. p.4.

11) 미하일 쉐프킨(М. С. Щепкин, 1788-1863)은 농노 출신의 배우로 초기 말리극장에서 리얼리즘 배우예술의 기초를 닦았다. 그의 <인생과 창조>에 관해서는 다음의 책이 있다.

Щепкин М. С. Жизнь и творчество. -М.: Искусство, в 2-х т., 1984.

12) Raymond Lee Thompson, An Analysis of the Concepts Contained Within the Stanislavsky System of Acting which are Often Critized and Misunderstood (Ph.D. dissertation, University of Wisconsin, 1971). pp.1-2.

13) Г. Кристи, 앞의 책 p.5.

프로코피에프는 '연극교육학'으로 광의적 설명을 하고 있는데 필자는 연기교육학으로 규정한다.

14)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Собр. соч., т.2. М., Искусство, 1954, p.373.

15) 스타니스랍스키는 “자네가 강한 의지를 갖고 일생동안 이 작업을 계속하면, 자네가 인간 본성을 알고 이를 훈련하면, 그리고 재능을 타고 났으면 반드시 위대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며 <배우의 작업> 1부 (배우수업) 수업을 마무리한다.

앞의 책, p.376.

16) Г. Кристи, 앞의 책 p.6.

17)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왜곡에 대한 문제는 졸작을 참조하기 바란다.

나상만, 스타니스랍스키, 어떻게 볼 것인가?, 서울, 예니, 1996.

18) 스타니스랍스키 저서의 번역 문제도 졸작을 참조하기 바란다.

19) <배우의 작업> 1부 『배우수업』의 러시아판 제목은 <체험의 창조과정에서 배우의 자신에 대한 작업>이다. 이 책에 실린 <스타니스랍스키의 유고>를 읽으면 '신체적 행동법'의 접근법에 대해 이해가 가리라 믿는다.

20) <배우의 작업> 2부는 <체현의 창조과정에서 배우의 자신에 대한 작업>이다. 우리에게 『성격구축』(Building a Character)으로 알려진 이 책의 제목은 적절치 않으며 내용도 러시아판과 상이하다.

21)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Собр. соч., т.2. p.25.

22) <드라마-오페라 스튜디오>는 1935년 가을 창립되었다. 스타니스랍스키의 생각으로는 이 스튜디오 극장(연구극단)은 드라마와 오페라의 배우=마스터를 양성하는 아카데미의 준비 단계였다. 스타니스랍스키 자신이 예술감독이 되고, 최초의 연구생은 자립연극 운동의 참가자들을 콩쿨로 선발하였다. 스타니스랍스키가 사후 케도로프(М. Н. Кедров) 가 드라마 파트의 감독이 되었고, 1943년 스타니스랍스키 기념 오페라 드라마극장으로 개편되었지만 1984년에는 오페라 파트가 스타니스랍스키 및 네미로비치-단첸코 기념 음악극장에 합류, 드라마 파트는 스타니스랍스키 기념 드라마 극장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3) 스타니스랍스키의 <드라마-오페라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을 기록한 책은 아래와 같다.

Топорков В. О.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на репетиции. М., Искусство, 1950.

영어로 번역되어 소개된 책은 두 가지가 있다.

Vasily Osipovich Toporkov. Stanislavski in Rehearsal: The Final Years. Translated by. Jean Benedetti, Theatre Arts Books, 1979.

Vasili Osipovich Toporkov, trans. Christine Edwards Stanislavski in Rehearsal: the Final Years. New York: Routledge, 1998.

이 책은 일본에도 번역되었다.

トボルラン, 馬上義太郞 譯, 0古長のスタニスラフスキ―, 東京, 1953, 早川書房.

24) СтаниславскийК. С. Собр. соч., в 8-ми т. -М., Искусство, 1951-1961.

25) СтаниславскийК. С. Собр. соч., в 9-ти т.1-4. -М., Искусство, 1988-1991.

26) Г. Кристи, 앞의 책. pp.7-8.

27) 박흐탕코프 아카데미 극장 부설의 슈우킨 연극대학, 말리극장 부설의 쉐프킨 연극대학, 모스크바 예술극장 부설의 연극 스튜디오, 러시아 연극예술 아카데미.

28) Г. Кристи, 앞의 책. p.88.

29)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Собр. соч., т.2. pp.186-187.

30) 스타니스랍스키는 교사들에게 “대상 없이 행동하고, 예를 들어 나폴리에서, 혹은 영하 50도의 추위의 북부에서 등, 다양한 제시된 상황에서 작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배우를 양성해 주게. 그런 배우들로 이루어진 극단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Г. Кристи, 앞의 책. p.93.

31) 스타니스랍스키는 ‘몇몇 교사들은 수행한 에튜드의 질이 아니라, 그 양에 너무나도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기억해야 할 사항은 에튜드의 양이 아니라 그 질이 중요하다. 단순히 외면만을 완성한 수백편의 에튜드가 아니라 철저하게 완성한 에튜드가 좋다.”고 역설하고 있다.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Собр. соч., т.3. p.410.

32)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Собр. соч., т.2. p.393.

33) Г. Кристи, 앞의 책. p.109.

34) 위의 책. P.

35)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Собр. соч., т.3. p.395.

36) 이 프로그램은 스타니스랍스키가 사망한 후 케도로프의 지도 아래 많은 선생들의 협력으로 실현되었다. 그 보고가 크리스티가 <배우교육에 대하여 (스타니스랍스키 스튜디오 극장의 1학년, 2학년 발표 프로그램 자료로부터)>라는 논문으로 1947년 <모스크바 예술극단>의 연감에 게재되어 있다.

37) Г. Кристи, 앞의 책. p.134.

38) 위의 책, p.135.

39) 위의 책, p.309.

40) 나상만, 앞의 책, 196쪽

41) 위의 책.

42) К. С. СтаниславскийСобр. соч., т.3. p.240.

43) Г. Кристи, 앞의 책, p.14.

44) 스타니스랍스키는 이것을 <초초과제, Super-Super-Task>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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