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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 15일 토요일이다.
오늘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들의 49재 합동위령제가 개최된다.
‘49재(四十九齋)’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천도의식이다. 천도(薦度)는 죽은 영혼이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기도하는 것으로, 49재를 ‘칠칠일(七七日) 또는 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49일 동안 중음(中陰)의 상태를 맞게 된다고 한다. 이 49일 동안 다음 생을 받을 연(緣)이 정하여진다고 하여 7일마다 불경을 읽고 부처님께 공양하는 의식을 한다. 즉 망자(亡者)가 좋은 생을 받기를 바라는 뜻에서 49일 동안 이 의식(재)을 지내게 되는 것이다.
불교의 내세관에는 극히 착하거나 극히 악한 업(業)을 지은 사람의 경우에는 죽으면 곧 다음 생을 받기 때문에 중음이 없으나, 보통사람은 이 중음에 있을 동안 다음 생의 과보(果報)가 정하여진다고 한다.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님들이 좋은 생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충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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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든 제주항공 참사는 지난해 12월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 2216편이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제주항공의 참사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여객기 사고의 중요 원인으로 조류와의 충돌이 지목되는 가운데, 야생조류 전문가가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하기 전 최소 5㎞ 지점에서 충돌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고 사진이 공개된 적은 없다.
결과론적인데, 조류와의 충돌이 주원인이라면 두 번의 신호가 있었다. 사고 이틀 전과 사고 하루 전에 철새들의 거대한 움직임을 목격하게 되었다. 첫날은 목포 옥암수변공원이었고, 둘째 날은 무안 남악의 전남도청에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공항은 아니더라도 그쪽 방향인 것만은 확실하다.
미리 사진을 공개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나는 철새들의 군무를 아름답게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어쨌든 나는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논쟁이나 왜곡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 고향 무안의 이미지나 공항의 미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언제 공개할 것인가를 두고 무척 고민했다. 오늘 희생자들의 49재 위령제를 맞이하여 내가 본 두 개의 하늘을 공개한다. 그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나의 의무이고, 앞으로 사고의 진실 규명과 안전대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고향에서 이렇게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철새들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사고 이틀 전과 하루 전에 고향 땅에서 거대한 철새들의 움직임을 내가 보게 된 것이다. 둘 다 사고와는 직접 관계 없는 석양 무렵이다. 불과 10분 사이에 진행되는 하늘의 광경이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정확한 진실 규명을 촉구합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소망합니다.
<첫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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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어미
나상훈
무안 현경 드넓은 황토 들녘
양파 어미는 가지런한 두둑과 이랑에
검정 비닐로 멀칭 작업을 하고
조생종 어린 양파 모종을 심었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가냘픈 연두색 줄기
속속 파고들 제
그대 양파 어미
아픈 다리 질질 끌고
굽은 허리 곧추세워가며 양파를 키웠다
빙점 이하의 한겨울
두툼한 눈 이불이 버거웠겠지만
양파는 제 어미가 살아왔듯이
언 땅에 강인하게 뿌리박으며
하얀 인경(鱗莖) 굵고 야물게 만들어갔다
따뜻한 바람 불어올 제
양파 구 너무 빨리 만들지 마라
선선한 현경 바람 쏘이고
현경 물 천천히 마시며
둥글고 옹골차게 밑들어라
양파 어미는 노심초사했다
아가야 순리대로 살자꾸나
양파 잎 기다랗게 자라서
제 잎의 무게로 넘어질 즈음
양파 구는 아직도 크고 있었지만
양파 어미는 서서히 이별을 준비했다
초여름 땡볕 아래
면사포같은 주황색 망에 담아
땡글땡글 잘 자란 양파를 시집보낼 제
현경 양파의 자부심 갖고
세상의 양념과 반찬으로 널리 쓰여라
행여 슬픈 내색 들킬라
양파 어미는 트럭 뒤꽁무니를 향해
무심히 굽은 손만 흔들었다
무안 현경 드넓은 황토 들녘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홀로 남은
양파 어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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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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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에게
고향 '무안'을 노래한
동생의 시 한 편
그리고
영산강 끝자락에서 담은
'감국' 한 송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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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가
새들은
그리고
대한민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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