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꿩을 찾아서 삼학도에 다녀왔다. 어인 일인지 요즘 삼학도에서 꿩을 자주 본다.
그동안 꿩을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 꿩을 담으려면 꽃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그전에는 오로지 꽃만 생각했다.
다행히 어제 꿩을 담을 수 있었다. 꿩을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아내였다. 화려한 장끼였다.
꿩은 한자로 치(雉)라고 하나, 화충(華蟲)·개조(介鳥)·야계(野鷄)라고도 하였으며, 우리는 보통 꿩의 수컷을 ‘장끼’, 암컷을 ‘까투리’라 부른다.
꿩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오늘은 은혜를 갚은 의리 있는 꿩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치악산 이야기이다.
경상도의 의성에 살던 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려고 한양에 가는 길이다. 적악산(赤嶽山)을 지나가는데 꿩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구렁이가 꿩을 잡아먹으려는 순간이다. 선비가 활을 쏘아 꿩을 구해주었다.
그날 밤, 길을 헤매고 있는데 멀리서 불빛이 보인다. 그곳을 찾아 문을 두드리자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맞이한다.
지친 선비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갑자기 온몸이 답답해 눈을 떠보니 구렁이가 온몸을 칭칭 감고 있다.
외딴집의 여인은 선비가 쏘아 죽인 구렁이의 아내였다. 남편을 죽인 것에 구렁이는 복수하려는 참이었다. 살생을 지나칠 수 없었다며 선비는 살려달라고 했다.
구렁이가 선비에게 첫닭이 울기 전에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선비가 낙심하여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날이 밝아 선비가 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종 아래에 꿩 세 마리가 죽어 있었다. 꿩들이 은혜를 갚으려 제 몸을 종에 던졌다고 한다.
선비는 이곳에 절을 세우고 중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은혜 갚은 꿩의 아름다운 뜻을 기려 산 이름을 치악산으로 고쳤다.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雉嶽山)은 원래 이름이 적악산(赤嶽山)이었다. 그런데 은혜를 갚은 꿩의 아름다운 뜻을 기리기 위해 적악산을 치악산으로 고쳤다.
강원도 치악산 상원사(上院寺)의 창건 설화다. 은혜를 의리로 갚은 꿩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운이 좋았다. 어제는 꿩만 찾아다녔다. 만족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아직 꿩의 비상을 담지 못했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다.
꿩을 만났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신화와 설화가 없는 이 시대에.
삼학도에 학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학이 사라진 삼학도에 꿩이 살고 있다.
삼치도(三雉島).
꿩이 학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학도 섬도 사라진 삼학도에서 나는 꿩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꿩을 찾아 삼학도를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 아름다운 비상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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