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능묘원(百濟陵墓園) 프로젝트
외국 사람이 한국의 시골에 가면 가장 놀라는 것이 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택을 지어야 할 양지바른 언덕이나 야산에 예외없이 보이는 것이 있다. 묘지(墓地)다.
오늘은 한국의 장례문화와 관련하여 ‘제20대 대통령 후보에게 고함’ 세 번째 글을 올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더 던져주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공약으로 발표하기엔 시간도 없다. 상대쪽 디스하는 것으로만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은 뒷전이다. ‘개싸움’에서 보검(寶劍)보다는 물어뜯는 것이 상책인지도 모른다.
죽음은 인간이 풀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이다. 모든 생물은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는다. 인간 역시 부모로부터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며 생을 마감한다. 이 만고의 진리를 벗어나 죽지 않았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했듯이 다른 동물과 달리 죽음에 대한 의식을 행하는 동물이다. 장례의식을 행하는 방법은 각 민족마다 다르다. 그러나 유사 이래로 인류는 죽음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였고, 각 민족, 지역에 따라 독특한 장례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사자(死者)를 장사 지내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화장(火葬)과 매장(埋葬)이다. 인간의 윤회를 믿는 불교나 힌두교 문화권에서는 화장을 선호해 왔고, 인간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에서는 매장이 관습화되어 왔다.
한국인은 중국을 비롯한 유교 문화권의 영향으로 혼백(魂魄) 신앙을 믿어왔고, 여기에 조상숭배 신앙과 결합하면서 일반적으로 매장문화를 선호해 왔다. 조상숭배에 대한 애착이 강한 한국인들의 묘지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국토의 3/4이 산림이긴 하지만 산림의 묘지화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며, 납골묘와 납골당(納骨堂) 등의 납골시설 역시 국토의 황폐화와 흉물화로 몸살을 안고 있다.
최근 수목장(樹木葬)과 같은 자연장(自然葬)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조상의 묘소에 대한 애착이 강한 한국인에게 수목장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나무 한 그루와 초라한 명패 하나로 조상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후손들은 없을 것이다.
한국의 장례문화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 다음 세대에 할아버지 묘소는 누가 지킬 것인가? 잘 조성된 조상묘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단언한다. 앞으로 한 세대만 지나면 가난한 문중(門中)의 세장산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문중 재산에 눈독들이는 후손은 많아도 조상묘 벌초에는 관심이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묘지 문제를 이제 개인이나 문중에만 맡길 수 없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누가 맡든 대통령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자들의 주택문제도 심각하지만 사자(死者)들의 주택인 유택(幽宅) 문제도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한국유택공사(韓國幽宅公社)’를 설릴할 후보자는 없는가?
필자의 아이디어를 공개할 시점이다. 한국인의 조상숭배 사상을 만족시켜 주면서도 국토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획기적인 매장문화를 제시한다. 국토의 효율적인 개발과 보존을 통해 묘지 및 묘역을 관광 상품화하고, 국가 및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문화관광 콘텐츠로의 활용에 촛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선 백제의 멸망과 함께 소실된 백제의 왕릉을 복원한다. 그 각각의 왕릉에 조상의 유골과 일반인의 사후 시신을 화장한 후, 그 유골을 캡슐화하여 안치한다. 그리고 그 묘역을 공원화하여 테마파크형 관광지로 조성한다. 제안자는 이를 ‘백제능묘원’ 프로젝트로 명명한다.
주지하듯이 신라 왕릉은 가능(假陵)이나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백제와 고구려 왕릉은 그 비극의 역사와 함께 대부분 소실되었고, 그 위치마저 찾을 길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백제의 무령왕릉이 발견되어 그 역사적 사실과 함께 백제의 찬란한 유물이 소개되었고, 왕족이나 귀족들로 추정되는 고분들이 발견되어 백제 왕릉은 역사적으로 복원이 가능하다.
백제의 왕릉은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복원되어야 할까? 승자의 역사로 점철된 한국 고대사는 소실(消失)과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다. 백제 왕릉을 특정 지역에 조성하는 일은 지역 이기주의와 맞물려 있다. 그러나 왕궁과는 달리 왕릉의 위치는 해당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백제권 지역의 어디든지 가능하다. 서울, 경기, 충청, 전라도를 포괄한 지역이 백제의 영토였다.
산 사람 살기도 어려운 데 수도권은 어렵다. 땅값이 싼 호남으로 우선 시선을 돌려보자. 제안자는 ‘백제 왕릉’을 전북과 전남의 접경지역에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물론 이 지역은 한성백제의 수도였던 서울도 아니고,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공주나 부여도 아니다. 그러나 백제 무왕(武王)과 왕후로 추정되는 전북 익산의 ‘쌍릉’이나 ‘왕궁면(王宮面)’ 등의 지명을 고려해 볼 때, 전북과 전남의 접경지역에 백제능묘원을 조성하는 일은 큰 무리가 아니다.
단순한 왕릉 조성이나 토목공사가 되어서는 곤란한다. 찬란한 문화를 일구었던 백제의 왕릉들을 전남, 북 두 접경지역에 복원하여 이를 초대형 테마파크로 조성,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와 연결, 이를 관광벨트화한다면 호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리라 확신한다.
물론 백제 왕릉을 조성했다고 그 지역이 관광명소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각각의 왕릉에 또한 백제의 역사적 인물, 특히 일본 고대문화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의 가묘도 함께 조성한다면 일본인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위상을 달리 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을 스토리텔링 하여 주변에 문화, 관광시설과 리조트 시설을 건립한다면 백제 왕릉은 세계적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조상이나 부모, 형제들의 유골을 캡슐화하여 왕릉 밑에 안치한다면 능묘(陵墓)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 장례 및 매장문화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따라서 그 지역은 성묘객 및 관광객들의 방문과 체류로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효과를 유발할 수 있으며, 투자 유치는 물론 관련 사업을 통한 엄청난 고용창출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백제능묘원 프로젝트는 묘지로 인한 국토의 손실과 납골묘로 황폐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야를 테마공원으로 탈바꿈시켜 혐오시설이 아닌 조상숭배와 휴식⦁관광⦁역사교육의 명소로 거듭날 것이며, 여기를 찾는 방문객들을 광주와 전남북 등으로 연결시키는 관광벨트화 정책을 통해 호남의 미래 관광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백제능묘원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는 물론 호남의 소중한 브랜드가 될 것이며,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 하리라 믿는다.
발상의 전환에 따라 묘지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 프로젝트를 여기에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첨단 ICT기술이 융합된 추모관, 추모탑(나당전쟁 때 희생된 병사들과 당나라로 끌려간 백제인을 위한) 유물관, 역사관, 체험관, 교육관, 공연시설, 숙박시설이 포함되어야 한다.
백제 왕릉의 부활과 장례문화의 혁신, 백제문화의 부활을 통한 ‘백제능묘원’의 건립 프로젝트는 대통령 후보의 지역 공약으로 포함된다면 지자체 차원의 민간사업으로도 가능하다. 백제의 멸망으로부터 시작된 한민족의 비극과 역사 왜곡을 극복하고, 백제의 후예인 호남인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회복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이 거대한 역사적 프로젝트에 뜻있는 대권주자들의 깊은 관심을 기대한다.
광주정신을 5⦁18로 단정하거나 호남정신을 5⦁18로 대변하는 역사 인식이야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닐 수 없다. 정당이 백제문화를 포용했을 때, 고립된 호남의 영역은 충청도와 경기도, 서울로 확장될 것이다. 백제의 영역은 이 모두를 포괄해 왔기 때문이다. 백제능묘원 프로젝트에 정당의 미래가 숨겨져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반으로 영남권의 ‘가야능묘원’, ‘신라능묘원’, 경기, 강원권의 ‘고구려능묘원’의 안정적 출발과 확산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판에 싸움꾼만 보인다. 선거전(選擧戰)에 전략가(戰略家)가 보이지 않는다. 문화정책이 없다.
오늘도 영산강에 태양이 떠오른다. 이제 마한(馬韓)의 침묵을 다루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적절한 사진을 쉽게 찾지 못해 어제 영산강의 일출과 석양 올립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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