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연극 같은 현실이,
현실 같은 연극이 존재합니다.
그제, 어제
연이틀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15일 저녁
극단 ‘춘풍’이 제작한 연극 <아비>를 보았습니다.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관객이 꽉 찼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둘러싼 부모와 자식들과의 갈등을 코믹하게 다루며, 마지막에 콧등이 찡해지는 연극이었습니다.
동신대 차두옥 교수의 깔끔한 연출과 한중곤, 김정순 씨의 중후한 연기가 가식 없는 신인들과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쫑파티에 참석하고 집에 오니
자정이 넘었습니다.
어제
다시 광주에 올라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 숨도 쉬지 않고.
여러분 주위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믿으시겠습니다.
친구 우연이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와 갈치 낚시를 갔던 그 친구 말입니다.
고등학교 동창 광주모임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세 사람이 있습니다.
우연이와 영팔이, 그리고 저입니다.
우연이는 택시회사의 상무입니다.
세 딸을 시집보내고 아내와 단둘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제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는 겁니다.
친구의 아내는 회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쳤습니다.
아무 병도 없었다고 합니다.
“잘 다녀와.”
아침에 활짝 웃던 사람이 저녁에 숨을 멈추다니요!
심근경색이었다고 합니다.
일찍 발견했다면 살 수 있었겠지요.
장례식장에 광주 친구 열 명이 모였습니다.
말로는 위로의 표현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묵묵히 술잔을 기울일 뿐.
자정 정각, 목포에 도착했습니다.
우연이의 아내는 우리 부부에게 두 가지의 교훈을 남겼습니다.
떨어져 있을 때 자주 연락해야 합니다.
잠도 한방에서 자거나 문을 열어 놓고 자야 합니다.
건강을 자만해서는 곤란합니다.
불행의 바람은 누구의 문틈도 가리지 않습니다.
친구 아내의 명복을 빕니다.
세 딸에게 위로의 마음을 보냅니다.
친구에게 용기를 보냅니다.
장지에 갈 수 없는 저의 상황이 야속합니다.
일요일까지 이종한 감독의 원고를 마지막 점검해야 합니다.
권두사도 써야 합니다.
목포에 첫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세찬 바람과 함께.
살아남은 자는 일을 해야 합니다.
어제 광주에서 내려오며 찍었던 사진,
오늘 아침 사진 올립니다.
연극은 공연중에 사진을 찍지 않아야 합니다.
커튼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