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종류나 명칭이 한국처럼 많은 곳이 없다.
A군: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B군: 산학협력교수, 강의전담교수. 연구교수
C군: 시간강사, 겸임교수, 외래교수, 초빙교수, 대우교수, 객원교수, 특임교수
D군: 석좌교수. 명예교수, 교환교수.
요즘 모 대선 후보 부인의 겸임교수 허위경력 논란으로 언론이 시끄럽다. 대학가에 잠재한 교수채용의 암 덩어리는 외면하고 손가락에 박힌 가시만으로 나라가 벌통이 된 느낌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따라서 변명해 줄 이유도, 비판할 이유도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교수의 종류를 설명하려고 한다.
교수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전임교수와 비전임 교수이다. 전임은 A군에, 비전임은 나머지 군에 속한 교수로 보면 쉽게 구별될 수 있다.
전임은 말 그대로 대학에 정식으로 소속하여 월급을 받는다. 따라서 대학교수회의에 참여하기도 하고 학과의 업무에 관여하여 교육, 연구, 행정의 의무를 진다.
필자가 교수직을 수행할 때까지는 보통 전임강사로 출발하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의 단계를 거쳐 승진하게 되어 있었다. 이걸 교수의 직급이라고 한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연구실적이나 강의경력이 많은 경우에는 조교수로 임명되거나 그 이상의 직급을 받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2000년 경기대에서 조교수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교육법이 바뀌어 모든 교수는 조교수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조교수도 경력에 따라 호봉이 다르고, 학위, 경력에 따라 부교수로 승진하는 데 기간이 다르다. 박사학위도 없고 경력이 짧으면 매년 연구실적과 강의평가를 거쳐 최소한 5년의 조교수를 거쳐야 부교수가 될 수 있다.
요즘은 특이한 제도가 생겨 전임교수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가 정년 트랙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년 트랙이다.
정년 트랙이란 65세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다. 물론 무조건 정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규정한 연구, 교육, 행정의 임무를 무난하게 수행했을 때 정년을 보장한다.
비정년 트랙은 일종의 계약직이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산학협력교수, 강의전담교수. 연구교수라는 타이틀로 보통 2~3년의 임기로 채용한다. 큰 문제가 없으면 재임용된다. 그런데 대학들이 이를 악용한다. 대학에 반발하거나 다른 전임교수에게 찍히면 계약 기간에서 끝난다. 그뿐인가. 강의시수는 똑같아도 연봉이 정년 트랙의 절반이거나 3분의 1 수준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한국의 대학들이 교육부의 이 제도를 악용하여 능력 있는 교수들을 비정년 트랙으로 채용하여 헐값에 쓰고, 또 정년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내 제자 중에도 이런 교수들이 많다. 만년 비정년이기 때문에 대학에 애정이 있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교육도 태만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항상 다른 대학 정년 트랙 교수채용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 비전임 교수를 설명할 차례다. D군의 교수부터 소개한다.
석좌교수는 학문적 성과나 연구, 경력 등이 화려하여 대학이 기금을 조성하여 모시는 경우다. 간혹 외부의 기금을 받아 석좌교수에 임용되는 예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임명자의 사회적 배경(권력, 유명세)을 이용하려는 대학과 본인의 명예욕이 결탁되어 성립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봉이 1,200만 원인 경우도 있고 억대의 석좌교수도 있다.
명예교수는 한 대학에서 일정 기간을 근무하고 정년을 마친 교수에게 예우 차원에서 만든 제도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소속 대학에서 20년 이상은 근무해야 한다. 명예교수도 명칭 그대로 명예만 있다고 보면 된다.
교환교수는 현직 교수가 다른 대학에 가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경우다. 물론 월급은 소속 대학에서 받는다. 주로 안식년 때 외국의 자매대학에 가서 연구나 교육을 하는 데, 그건 서류상의 규정이고 기숙사만 제공받아 관광하고 쇼핑하는 경우가 많다.
C군에 속하는 겸임교수의 취지는 원래 좋았다. 현직에 있는 전문인의 전문성을 대학이 활용하여 교수로 채용하는 제도다. 물론 비전임, 비정년 트랙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대학이 상명대학교다. 시간강사 직위로 강의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전임을 뽑지 않고 만든 제도로 알고 있다. 1997년의 일이다.
상명대 영화학과 겸임교수 당시 월급이 80만 원이었다. 책임시수는 6시간이 넘으면 초과강사료가 나왔다. 물론 학과에서 수업을 몰아주어 주일에 한두 번 갔지만, 서울에서 천안까지 왕복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주임교수라는 명칭은 숭실대에서 받았다.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설립하고 운영하면서 ‘원장’ 역할을 했지만, 경력증명서의 공식 직함은 주임교수로 나온다.
2000년 경기대에 한국 최초의 연기학과가 생기면서 공개채용을 통해 조교수 임명장을 받았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전임교수인 셈이다.
시간강사를 제외한 C군의 교수 명칭은 대학이 편의에 따라 만든 제도다. ‘시간강사’라고 부르지 않고 ‘외래교수’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도 하고, 명칭은 교수이지만 연봉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강사료만 주면서 교수 명칭만을 달아주는 대학이 많다는 것이다.
1983년 경성대 연극영화학과의 외래교수로 출발하여 근 40여 년간 연극교육에 종사해 왔다. 주당 9시간의 강의와 방학, 풍족한 연봉과 연금에 눈이 어두웠다면 편안한 교수직으로 정년을 맞이하고 훈장 하나 받았을 것이다.
한국의 연기교육, 대학 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며 굳건하게 살아왔다. 국내외의 다양한 대학에서 직업으로서의 ‘교수’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으로 10년 뒤에는 대학의 3분의 1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학의 질적 향상만이 대학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이제 한국의 대학은 제대로 된 교수를 정당한 절차로 채용하고 정당한 대우를 보장하여 학문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학의 미래는 교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을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온 이 땅의 진실한 교육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 교수님들께도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이 우리나라 미래 교육의 든든한 버팀목과 자양분으로 승화되길 응원한다.
어제 나주 영모정 근처 회진에서 촬영한 사진 올립니다.
석양이 아름답습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