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의 시원지 담양 용소(龍沼)를 찾은 때는 올해 3월 18일이었다.
영산강의 끝자락 목포로 이사하기 전에 영산강의 시원지를 찾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담양군 용면 용연리 분통마을 가마골 입구에서 4km 지점에 이르면 기이하게 생긴 폭포 밑에 깊고 푸른 소(沼)가 하나 있다. 여기서 시작한 물은 광주 극락강을 지나 나주벌을 통과하여 목포 앞바다에 이르는데 이를 영산강이라고 한다.
이 영산강의 발원지가 바로 용소다.
광주시립극단에서 근무할 때, 광주와 인접한 담양군은 나주와 함께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이다. 역사적 유적지가 많고 지세가 높은 산악형 골짜기가 여기저기에 깔려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담양의 명소들은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용소의 풍광만을 올린다. 용소가 있는 깊은 골짜기에는 옛 도공의 애환이 서린 가마터가 많아서 처음엔‘가마곡’이라 불렀다가 세월이 변해‘가마골’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가마골은 승천하지 못한 용이 피를 토하고 죽은 골짜기라서, 처음엔‘피재골’로 불렀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담양 신임 현감이 꿈속에서 본 백발 신선의 하루만 기다리라는 입산 금지령을 무시하고 경치 좋은 이곳 일정을 강행한 결과, 용소에서 소용돌이치며 승천한 황룡이 부정을 타서 피를 토하고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풍광이 좋다는 것이다.
참고로 피재골은 소설 <남부군>의 격전지 현장이다. 6.25 격전지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처참했던 곳 중 하나가 가마골이다. 1950년 가을 국군의 반격으로 후퇴하던 호남 주둔 북한군 유격대 패잔병들이 이곳에 집결하여 숨어 지내며 약 5년 동안 유격전을 펼쳤다.
당시 유격대들은 이곳에 노령지구 사령부까지 주둔시키며 낮이면 숨고 밤이면 민가로 내려와 살인, 약탈을 일삼았다. 전투에서 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1955년 3월 완전히 섬멸되었다. 그래서 골짜기는 다시 핏빛‘피재골’이 되었다.
‘다크 투어(Dark Tour)’라는 것이 있다.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비극의 역사를 교훈 삼아 우리 민족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역사의 우여곡절이 심한 한반도는 모두가 전쟁터였고, 이름도 없이 쓰러져간 민초(民草)들의 무덤이 아니었던가!
영산강의 시원지 용소를 다시 가고 싶다. 깊고 푸른 용소에 한 송이 붉은 장미를 띄우고 싶다. 영산강을 따라 저 멀리 서해로 나가게.
2021년 3월 18일,
담양의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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