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어린나이에 아내를 만났다.
당시 나는 어리다는 생각을 그리 하지는 않았다. 20살이면 충분히 내 앞가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리고 또 자신에게 세상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살고 있었다. 그때 마음이야 그랬지만 분명 나는 애송이 였다.
내가 당시 안양에 처음 발을 디딘 해 였고 안양이라는 곳이 이런곳이였구나.(안양 하면 안양예고 이외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낯설음이 많았지만 웬지 익숙한 느낌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이 풍기는 그 즈음, 나는 한권의 책을 만나게 된다. 아내를 만날 때 즈음 이다...
나상만 스승의 " 혼자 뜨는달 " 이다. 1990년도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나에게 책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재미가 있을 수 도 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계속 빠져드는 재미에 밤을 세우게 한 그 책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내용은 그렇다. 저자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학교생활과 다섯명의 여성들과의 인연들 속에서 현주라는 여인과의 사랑이야기를 리얼하고 그 시대를 표현하고픈 많은 이야기들을 상세히 아주 자세하게 털어놓은 이야기 이다.
사실을 근거로 상황을 재미있게, 당시 내자신이 그 곳에 참여한 듯 하게 그 곳에 빠져들게 만드는 희안한 책이었다. 저자가 허구와 재미를 위한 참기름을 많이 뿌린듯도 하나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게 그리고 거칠것이 없이 막힘이 없는 글 이라는 말인가?
저자가 연극연출이 직업 이라지만 그 많은 지식과 글의 전개에 나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얼마나 당시 그 책에 빠져 있었는지 아내를 세번째로 만나는 날 이던가?
이런일도 있었다. 아내와 그리 가깝지도 않았던 어느날 밤 데이트에서 나는 술이 상당히 오버되고 말았다. 그리고 아내를 집에 데려다 준다고 생고집을 부렸나 보다.
택시를 타고 가겠다는 아내를, 걸어서 집에 바래다 주마! 걸으면서 한다는 이야기가...
내가 아주 혼자뜨는달의 나선랑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책속의 주인공이 되어 현실을 벗어나 책속의 인물이 되어 있었고 말하는 대화도 나선랑이 되어 말하였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내가 놀랐겠는가?
몇번 보지도 않은 남자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상상 속에서 취해 헤메고 있으니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몇번을 도망가고 싶었지만 내 인생이 불쌍해 보여서 도망가지 못하고 왜려 나를 집에 바래다 주었다 한다....
나는 지금도 혼자 뜨는달의 마지막 권을 읽지를 않았다.
일부러 아껴둔채 읽지를 않은 것이다. 내인생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그 책을 아끼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