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컴퓨터가 해킹을 당했다.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글과 문서들이 단 몇 초 사이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랜섬웨어 바이러스라고 한다.
컴퓨터에는 앞으로 발행할 책들의 원고와 앞으로 쓸 글들에 대한 참고자료, 틈틈이 번역해 둔 전문도서의 원고, 그리고 각종 서류와 사진들이 엄청나게 저장되어 있다. 수년간 고생해서 만든 자료들과 글이다.
1년 전 노트북도 이렇게 당해 결국 복구하지 못했다. 광주의 파일 복구 전문점에도 가봤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을 통해서도 파일을 복구할 수 있는 백신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해커들이 요구하는 돈을 주고 돌려받는 방법이다. 요구액도 엄청나고 믿을 수도 없다. 범죄자들과 계약한다는 것 자체도 불법이 될 수도 있다.
새벽부터 컴퓨터 청소와 정리를 했다. 아깝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문서와 글을 전부 삭제했다. 다행스럽게도 압축파일로 저장된 글과 사진들은 무사했다. 그걸 정리하여 USB와 메일로 저장하는 일을 앞으로 며칠은 더 해야 한다. 메일에 저장된 글과 자료들은 안전해 새로 정리하면 된다.
문제는 목포에 내려오면서 새로 쓴 글과 보관한 문서들이다. 방법이 없다. 새로 써야하고 새로 수집해야 한다. 그때그때 USB에 저장하지 않았던 내 실수로 돌려야 한다.
이렇게 컴퓨터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오늘 아침, 목포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1500명이 나왔다. 우리는 지금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고 있다. 가상공간 속에서, 일상 속에서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고 있다. 국가가 해결해 주지 못하니 개인이 주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러시아와 깊은 인연이 있는 나는 최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도 심기가 편하지 않다. 러시아의 심기를 거슬리는 친미 일변도의 정책은 자못 러시아, 중국, 북한과의 관계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제 정세의 정글 속에서 새 정부가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화약고가 된다. 어떻게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확산되지 않아야 한다. 지도를 펼치면 우리가 어떤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다각적인 외교와 열린 자세로 전쟁을 예방해야 한다.
컴퓨터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묵도하며 그 옛날의 사진을 올린다. 랜섬웨어 바이러스에 살아남은 내 젊은 시절의 흔적이다. 한러 문화교류의 선두에 섰던 그 편린(片鱗)들이 용케도 살아남았다.
젊은 시절, 연극의 본고장 모스크바에서‘국제스타니스랍스키연극상’을 제정했다. 사진들은 그 시상식의 장면들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글은 추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바이러스 말고도 조심해야 할 바이러스가 있다. 선거 바이러스이다. 이 독한 바이러스는 선거가 끝났는데도 죽지 않고 친구, 지인들의 관계를 무척 힘들게 하고 있다. 승자에 대한 극단적인 찬양, 패인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 모두가 통합으로 가는 우리 사회의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의 백신은 ‘다름의 인정’이며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내 생각을 강요하지 말자. 내 생각과 다른 상대의 견해를 이해하자. 선거에 기표했던 내 다섯 손가락도 길이가 각기 다르지 않은가!
바이러스 없는 세상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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