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극단 제5 스튜디오 '박통 노통'
<한국일보> 입력 2009.09.22 22:17
현재'는 거세된, 되다 만 정치극
미완성 원고와 비공개 인터뷰까지 책으로 묶여졌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여전히 사회적 현상이다. 공연 중인 극단 제 5스튜디오의 '박통 노통'은 연극의 형식을 빌어 그의 못다한 말을 잇는다.
세상을 뜬 지 각각 30년, 3개월이 지났건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사람은 여전히 할 말이 많다. 두 사람의 연결 지점은 "담배 있나?"라는 것이 마지막 말이 돼 버린 '노통'의 행적이다.
'박통'이 나타나 한 대 건네주며 둘의 대화는 계속된다는 설정이다. "쓰리고에 투고 더 하다 피박 쓴" 박통은 강압적 어투, 노통은 논쟁적 어투다. 두 사람의 대화는 화해하지도 동어반복의 정쟁을 멈추지도 못하는 현실 정치판을 그대로 닮았다.
무대에는 현실의 무게가 그대로 삼투된다. 필요에 따라 시청각 자료의 힘까지 빌린다. 노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 등 낯익은 영상이 등장하거나 유언장이 낭송된다. "박통은 총 놓고, 노통은 촛불 끄고" 만나는 식이다. 이 무대의 착탄점은 '지금 이곳'이기 때문이다.
작ㆍ연출자 나상만(52)씨의 선택은 기민하다. 정치적 현안과 관련된 문제로 넘어갈 만한 대목을 만나면 등장인물들은 "이승으로 착각 말자"며 건넌다. 정치적 현안보다는 반공, 용공 문제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논쟁이 붙는다 해도, 대화는 인신 공격적 수준을 넘지 않는다. 현실 정치판의 대립 양상에도 관심이 없다. 박통은 "DJ 문제는 내 딸이 사과했다"며 노통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한다.
노통은 박통의 손을 잡는다. 극은 한 술 더 뜬다. 막걸리 파티에 흥이 도도해진 둘은 '아침이슬'과 '황성옛터'를 합창하더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르며 더욱 흥이 오른다.
이 극은 한국 정치에 대한 은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본격 풍자ㆍ정치극으로는 약하다. 현재에 대한 언급이 거세됐기 때문이다. 나씨는 "극단적으로 나가는 현 정치판, 만연한 자살 풍조 등에 대한 경고의 수준을 넘지 않으려 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기업체들이 이 극의 제목만 듣고 스폰서 나서기를 꺼리는 바람에 공연의 실제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10월 18일까지 서대문아트홀.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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