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수국(雨後水菊)

글을 쓰는 일은 힘든 작업이다. 짧은 시나 단편은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장편소설은 끈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5권 분량의 대하소설을 쓰려면 어떨까? 한마디로 말하면 날마다 마라톤을 하는 고통의 연속이다.
어제 이계홍 작가의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 도서출판 도하>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작가는 대하소설 <깃발>, <고독한 행군> 등으로 잘 알려진 무안 해제 출신의 소설가이다. 작가는 지금도 남도일보에 남도의 동학 이야기를 다룬 <죽창>이라는 대하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대하소설을 단편소설처럼 쓰는 작가가 이번에는 중편소설을 출판하였다. 어쩌면 이 소설집은 작가의 상황에서는 500m 달리기 수준이었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거리건 마라톤이건 육상선수는 사력을 다하여 달려야 한다. 고통은 마찬가지다.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 ▲해인사를 폭격하라 ▲귀국선 우키시마호 ▲인지 수사-아직도 여전히 답답하게 등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모두 역사적 진실과 시대의 고통을 철저한 자료 수집과 치밀한 고증을 거쳐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작품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다만 필자의 관심을 끄는 표제작 '해인사를 폭격하라'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6·25전쟁 당시 실제 해인사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공군 장교의 실화를 중편으로 그린 작품이다. "전쟁은 개인의 선의만으로 지킬 수 없다"는 인식 속에 군인으로서의 소명과 문화재 보호의 신념이 충돌하는 긴박감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마치 전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생동감 속에서, 문명과 전쟁, 명령과 양심의 경계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옛 관성에 젖어 낡은 사고의 틀 안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역사의 방향을 놓치기 쉽다“
"거친 역사의 흐름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의 행적을 더듬어 진실을 담아내려고 한다“
축사 일변도의 기존 출판기념회와 달랐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와 문화인들이 참여하여 작가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반주를 겸한 저녁으로 이어지고, 다시 작가와 출판사 대표, 김성달 편집주간, 사회를 맡은 박관서 시인과 함께 ‘2차’로 연결되어 동학과 남도의 향기와 뿌리에 대한 담론으로 무안의 밤을 자정까지 가득 채웠다.
오늘 사진은 출판기념회에 가기 전에 '작정'하고 우리 동네에서 담았다. 리얼리즘의 힘과 역사와 서사의 깊이를 두루 갖춘 작가의 작품이 우리 문단에서 보기 드문 묵직한 울림과 생기를 선사하리라 기대하며 제목을 ‘우후수국(雨後水菊)’으로 잡았다. 유기체(有機體)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비가 내린 후, 여기저기 솟아나는 죽순(竹筍)이 아니라, 비가 온 후의 청명한 수국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맑고 맑은 이계홍 작가의 영혼을 작품으로 만나길 소망한다.




소설이 궁금하시면 이래 기사를 참고하세요.
'해인사를 폭격하라'-이계홍 중편소설 - 논객닷컴
\"관성에 젖어 낡은 사고의 틀안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역사의 방향을 놓치기 쉽다.겸허히 역사 앞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의 행적을 더듬어 진실을 담아내려 한다\"(이계홍 작가)굵직한 대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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