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고
디기탈리스의 추억
나상만
2025. 5. 10. 01:18
728x90

언젠가 보았는데
다시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 있다.
꽃도 마찬가지다.
함평 엑스포공원에서
만났던 꽃 중의 하나인 디기탈리스는
긴 꽃대에 종 모양의 꽃이 대롱대롱 핀다.
꽃 모양과 색깔이
어찌나 화려한지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내 기억의 정원에서
그들을 소환한다.

디기탈리스를
처음으로 만났던 곳은
내 고향의 남악수변공원이다.
첫사랑의 소녀처럼
사진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인다.
특히
지게의 바작 맨 위에 핀 사진은
내가 아끼는 작품의 하나이다.

첫사랑
디기탈리스를 두 번째 본 곳은
미국 워싱톤 주에 있는 루비 비치이다.
바쁜 일정으로
잠시 머물렀던 아름다운 해변이다.
워싱턴 주에
다시 간다면
꼭 1박을 하고 싶은 곳
루비 바치의 디기탈리스를 다시 부른다.


미국에서
첫사랑
디기탈리스를 또 보았다.
호숫가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을까.
크레센트 호수
호숫가의 새벽에 홀로 만났던
디기틸리스는
많이 피지도 않았고 화려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포 공원의 디기탈리스보다 기억이 더 새롭다.
느낌의 세계에서는
양이 질을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함평
엑스포 공원에서 디기탈리스를 또 만났다.
첫사랑의
반가움이 밀려온다.
몸은
함평에 존재하면서도
의식은
미국의 해변과 호숫가로 떠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디기탈리스를 처음 본
남악수변공원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쩐 일인지
지금은
내 고향에서 디기탈리스 볼 수가 없다.
첫사랑은
가슴에 묻어두는 것일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