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잠일기(栢蠶日記)

제망우도(祭亡友圖)

나상만 2025. 2. 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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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녘은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완벽한 보름달은 아니지만
어제 촬영하길 잘했다. 
 
친구는 
광주에서 꽤 잘나가는 법무사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무척 친했고
내가 광주로 내려가면서 자주 만났다.
 
나도 애주가지만
친구도 술을 즐겨마셨다.
 
용석이와 함께 
주일에 한 번 이상은 만났을 것이다.
 
건강을 생각한다고
전자담배를 피웠다.
 
그런 창환이가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폐암 말기였는데 
병마에 지고 말았다.

일출을
촬영할 때까지 
친구의 부음 소식을 알지 못했다. 
 
블로그 <어제圖)>를 전송하면서도
어제 보낸 블로그
<'동박새의 미각에 대한 연구'를 위한 서도(序圖)>를
아직 읽지 않았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동박새가 찾아왔어요>를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블로그가 된 셈이다.
 
아마도 
딸 또는 와이프의 부축을 받으며
동박새를 보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줄 알았으면
멋진 동박새 사진을 다 올릴 걸...

창환이는
내가 연극을 전공하고 
연극을 하고
연극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친구였다.
 
'나 교수의 창'을 
열렬하게 사랑하는 진정한 팬이었다.
 
어제
하루종일 친구 생각으로 정신이 혼미하였다.
 
친구는 
무안 망운이 고향이다.
 
휴대폰에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와 섬을 담고 다녔다. 
 
감성이
풍부한 창환이를 생각하며 
 
어제
초의선사 유적지와 꿈섬을 다녀왔다.

 

 

 

옥암수변공원
일출

초의선사 생가에서
작품 하나를 건졌다.
 
작은 눈사람인데 
나뭇잎 모자를 썼다.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
 
영락없는 
창환이의 이미지다!

작품 - 제망우도(祭亡友圖)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성창환 작)
꿈섬
무안군 삼향읍 왕산리

 

 


 

자네는
항상 댓글을 달아주었네.

블로그
<광복절(狂伏節) - 그 미친 복날의 하루>에
그렇게 보내왔고

작년 12월 2일
<해남에 취하다>를
9시 50분에 읽고

"구경 잘 하고 간다."며
"영종도 옆 무이도에 팬션 하나 얻어 휴양 중..."이라는 소식을 보내왔지.

"건강이 최고네."

나의 마지막 소망을
들어주지 못하고

자네는
끝내 먼 길을 떠나는구려.

야속한 친구여.

2025. 2. 11

친구의 영면을 기원하며
슬픔을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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