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기탈리스
어제는 해가 뜨고 비가 그쳐 장마가 끝나는 줄 알았다. 천둥과 번개에 선잠을 깨고나니 비가 다시 내린다.
귀국하는 날부터 흐린 날씨와 비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나야 한 주일밖에 되지 않지만 국민들은 이제 짜증이 날 만도 하다.
미국에서 45일 머무르는 동안 비 구경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귀국하는 첫날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비가 내리면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나도 짜증이 난다. 온 나라가 물난리로 걱정이 많다. 그러나 비만큼은 하늘에 맡겨야 한다. 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일요일인 오늘은 블로그를 하루 쉬려고 했었다. 그러나 새벽에 눈을 뜨면서 생각을 바꿨다.
비가 내리는데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방바닥까지 끈적거리는 집안에서 뭘 하겠는가. 꽃이라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당초 올림픽 국유림의 멋진 풍광과 거대한 나무들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진도가 너무 늦어 루비 해변을 빨리 떠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결국 비가 디기탈리스를 부르고 말았다.
내가 디기탈리스 꽃을 처음 접한 곳한 영산강 끝자락의 남악수변공원이었다. 꽃지게 바작의 맨 위에 핀 디기탈리스의 위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무안군에서 걷기 좋은 꽃길을 조성하면서 식재한 꽃이었다. 단순한 관상화로 알고 있었는데 루비 해변에는 지천에 핀 야생화였던 것이다.
디기탈리스를 크레센트 호숫가에서도 다시 보았다. 아마도 올림픽 국유림 주변이 이 꽃의 생육 조건이 적합한 듯하다.
다시 게재할 기회가 있어 꽃의 소개는 생략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자세한 정보가 나온다. 글이 길어지면 그것도 짜증의 불씨가 된다.
꽃을 자주 접해야 한다. 꽃이 인간의 심성을 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디기탈리스의 향기를 보냅니다. 짜증과 무료함을 떨쳐버리고 힐링의 시간 되세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