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시(詩)를 만나다

어제
초의선사 유적지에 다녀왔습니다.
설중매가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청매화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만
홍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이제
초의선사의 뜰에 문화의 꽃이 피어야 합니다.
매화가
시(詩)를 만날 차례입니다.


매화송(梅花頌)
조지훈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은
싫지 않다 하여라

매화 사랑
김남조
새봄의 전령
매화가 피었습니다.
매화는 첫새벽 샘물 위에
이슬 설픗 얹히듯이
고요히 피어납니다
매화는
꽃이면서 정신입니다
눈 그치면 꽃 피자 꽃 피자고
스스로 기운 돋우는
용맹한 분발입니다
가장 오래 머무는 꽃도
마음속 날마다의 매화입니다.


매화 앞에서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대한민국이
호주를 꺾었습니다.
붉은 유니폼의 반격은
예술이었습니다.
태극 전사들에게
붉은 홍매화를 바칩니다.
매화
향기 그윽한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