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애 최고의 날
연극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갈아 신다. 옷을 바꿔 입고 다시 삼학도로 향하다.
꿩의 비상을 담는 일은 쉽지 않다. 꿩이 나타나야 하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도통 보이지 않는다.
보통의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쉽게 드러난다. 꿩의 경우는 다르다.
꿩이 나무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꿩은 수풀 속이나 나무 아래의 덤불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천적이 없을 때만 움직여 먹이를 찾는다.
발견을 해도 어찌나 발이 빠른지 몇 컷 촬영하면 어디론가 몸을 숨겨버린다. 그리고는 예측하기 힘든 곳에서 나타나곤 한다.
꿩은 비탈길을 잘도 오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꿩의 행방을 찾다보면 제대로 운동이 된다.
꿩의 소리를 따라 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를 이동하며 돌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해가 유달산 쪽으로 향한다.
어제도 쓸만한 사진을 몇 컷은 건졌다. 그러나 장끼의 비상은 담지 못했다.
대삼학도에 주차한 차를 소삼학도로 이동시킨 아내를 만나 촬영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이었다. 뭔가를 발견한 아내가 신호를 보내왔다.
완벽한 그림이다. 들고양이 한 마리가 철쭉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곳에서 햇볕을 쐬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에서 우선 한 컷을 담았다. 맨 마지막의 사진이다. 일단 한 컷을 확보한 다음, 고양이와 소통하며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참 묘한 인연이다. 처음 본 나에게 경계심을 풀고 완벽한 포즈를 취해준 고양이의 연기는 한마디로 예술 그 자체였다.
너는 배우다. 우묘(優猫).
대사가 없어도, 큰 동작이 아니어도 너의 표정과 자태가 위대한 언어다.
꽃과 어우러진 너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네 생애 최고의 날.
너와의 소중한 인연을 꼭 기억하리라.
참 묘(猫)한 인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