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잠일기(栢蠶日記)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그는 유복자(遺腹子)로 태어났다. 유복자는 배(腹)에 남겨진(遺) 아이(子)로,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여읜 아이를 말한다. 어머니의 임신 중에 아버지가 사망하면 유복자로 태어난다. 그는 6.25 전쟁 중에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전쟁 전에 결혼하여 딸 하나를 낳았다. 그리고 2년 후에 어머니가 임신하였는데, 그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공산당에게 처형을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나왔다, 살아있었다면 한가락 하셨을 인물이었다. 지주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토끼같은 아내와 핏덩어리 딸, 그리고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 유복자 하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죽임을 당한 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 말고도 그 아버지의 큰형, 또 잠시 처가에 피난 왔던 매형과 함께 공산당과 거.. 더보기
겹벚꽃이 탐스럽게 피었구나! 벚꽃이 다 진 지금 활짝 핀 벚꽃이 있다. 겹벚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내가 즐겨 찾는 나불도에도 내가 태어난 유교리에도 진홍색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예쁘게도 피었다. 오늘부터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 목포 문화도시 발대식을 시작으로 전국을 누빈다. 고창 청보리 축제에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1박 하고 새벽에 광주로 내려온다.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함안으로 이동한다. 영남에 뿌리를 내린 나주나씨 선조들의 발자취를 탐방하고 다시 광주를 거쳐 목포로 내려온다. 일요일인 23일 오전에는 삼향읍 용포리에서 시제가 있다. 오후에는 목포에서 유교문중의 총회가 열린다. 국가민속자료인 유교리 고택을 문중이 매입하는 문제를 표결에 부친다. 용포리 시제를 마치고 매년 이때쯤 우리 종친들과 유교리 고택에서 선.. 더보기
동백꽃 동행길 세상을 살아가는 길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 짧은 길을 걸어가는 데에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다. 꽃을 보는 일에도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향기를 맡는 일에도 함께 맡고 싶은 사람이 있다. 가는 길에 길동무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함께 가는 길에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꽃이 스승이다. 평생 공부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날 입암산에서 동백꽃에 마지막 열정을 쏟는 그 시각에 전화가 왔다. 문태중고등학교의 문익수 이사장이었다. 목포에서 자주 뵙는 분 중의 한 분이시다. 문 이사장은 미국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 전직 고려대 교수 출신이다. 마한고분도 모시고 갔었다. 금사정 동백꽃도 보여드렸다. 맛집도 함께 자주 가는 사이다. 소주도 함께 즐기는 사.. 더보기
임성리역(任城里驛) 가는 길 어제 남악호수에서 출발하여 오룡산을 거쳐 임성리역을 다녀왔다. 임성리역(任城里驛)은 목포시 옥암동에 있는 호남선의 철도역이다. 역명은 개역 당시 위치했던 인근 마을인 무안군 삼향면 임성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나, 1987년에 역 일대가 목포시로 편입되어 현 소재지는 전라남도 목포시 옥암동이다. 나는 남악호수에서 촬영이 있어서, 아내가 먼저 오룡산으로 출발을 했다. 각기 다른 길로 1시간쯤 등산을 하다가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서 합류하여 30분쯤 시간을 함께했다. 나는 그곳에서 부주산을 배경으로 낙조를 담을 예정이었다. 남악호수에 주차한 차를 옥남초등학교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아내는 미리 하산하였다. 부주산은 우리 선조들과 인연이 깊은 산이다. 임진왜란의 공훈으로 임금으로부터 받은 땅이었다. 산 .. 더보기
지성감조(至誠感鳥) 신은 만물을 창조했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에게 그들의 언어를 창조할 능력을 부여하였다. 요즘 나는 인간의 언어보다는 동물의 언어를 더 좋아한다. 2023년 2월 26일 황조롱이와 까치에게 내 작은 소망을 말했다. 인간이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너희들이 멋진 연극을 하나 보여다오. 황조롱이와 까치가 그렇게 빨리 반응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삼일절의 는 그렇게 해서 나왔다. 지성감천(至誠感天)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 지성감조(至誠感鳥) 정성을 다하면 새들도 감동한다. 말이 많은 세상이다. 인간의 언어가 이처럼 거친 시대가 있었던가. 소통하기 전의 황조롱이와 까치의 사진을 올린다. 비슷한 시각,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담은 사진이다. 그날(2월 26일) 황조롱이와 까치를 만났던 건 우연일까, 필연일.. 더보기
응작지교(鷹鵲之交) 3.1절인 오늘, 1년 전 블로그를 보니 오늘과 큰 차이가 없다. 그때도 가슴 아파했고 오늘도 가슴이 아픈 건 마찬가지다. 역사의식도 희박하다. 심성(心性)도 거칠어졌다. 그때는 황현 선생의 절명시(絶命詩)로 호소를 했고 오늘은 꽃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그때보다도 더 심각하다. 지금은 내부에서도 분열되어 싸움이 한창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삼일절인 오늘 참 좋은 작품 하나를 얻었다. 미학적인 건 따지고 싶지 않다. 사진의 의미가 참 좋다. 응작지교(鷹鵲之交) 황조롱이(鷹)와 까치(鵲)의 만남이다. 황조롱이의 한자 표현이 없다. 황조롱이가 맷과 새이니 매 응(鷹) 자로 대신했다. 까치가 황조롱이에게 먼저 접근을 했고, 황조롱이도 반응을 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 더보기
3.1절 새벽에 새벽에 일어나 카톡을 확인해보니 유응교 시인께서 ‘꽃이 주는 미소’의 글을 보내주셨다. 꽃에 대한 전설과 사랑을 주제로 한 시집 와 동시조집 를 통해 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끈질기게 노래하시는 원로 시인이시다. “나는 늘 정원에서 일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한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언제나 꽃이다.” 클로드 모네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화가, 시인, 연출가가 심적 교류를 한 셈이다. 그제 무안향교 대성전 뒷뜰에서 들꽃을 보았다. 민들레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나라가 시끄럽다. 덩달아 카톡 단체방도 시끄럽다. 성균관이 시끄럽다. 전국의 향교도 시끄럽다. 오늘은 삼일절 104주년이다. 공자 신위 앞에 핏물 흘리는 생고기를 올려놓을 때가 아니다. 꽃을 올려야 한다. 혼이 없는 애국가 봉창하고 가식.. 더보기
탐매(探梅)의 길 옛 선비들이 매화가 핀 경치를 찾아 구경하는 것을 탐매(探梅)라고 했다. 매화는 선비의 꽃이다. 초의선사 유적지에 탐매를 갔다가 우연히 나씨 문중의 친족 두 분을 만났다. 항렬이 하나 위인 창수 아재와 하나 아래인 명엽 족장이 지난 금요일 초의선사 유적지를 찾은 것이다. 하필 그 시간에 초의선사 동상 앞에서 조우했다. 창수 아재는 농학박사이고 명엽 족장은 경영학 박사이다. 두 분의 공통점은 한학에 조예가 깊고 시인이시다. 최근에 창수 아재는 무안향교 전교로 취임하셨다. 선거 과정에서 나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그러한 일에 혈연이나 학연을 따지는 것은 선비의 길이 아니다. 세상이 시끄럽다. 향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향교 이야기를 한동안 꺼내지 않았다. 향교에 선비가 많지 않다. 선비정신의 부활이 .. 더보기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