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이틀째 캠프의 정박지는 '포트엔젤레스(Port Angeles)'의 페어홀름 캠핑장(Fairholm Campground)이었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최북단으로 캠핑장에서 30m만 내려가면 호수가 나온다.
크레센트 호수(Lake Crescent). 참으로 아름다운 호수였다. 어찌나 큰지 도보로는 다 돌 수 없다.
초승달(Crescent)을 닮은 이 호수를 구글지도는 왜 '크레스켄트'라고 표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독일과 연관된 사연이 있는가? 독일계 사람이 이 호수를 처음 발견했는가? 어쨌든 이 호수 주위에 수 많은 캠핑장들이 있다.
비교적 일찍 캠핑장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전기구이 통닭과 맥주까지 준비하였다. 더구나 전날 묵었던 사람들이 남긴 장작도 남아 있어서 캠프 파이어도 기대할 수 있었다.
숲속. 호수. 별들이 쏟아질 것같은 하늘. 캠핑카와 텐트. 통닭과 맥주. 그리고 아내와 딸.
다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이 딱 둘 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과 아들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
카톡이 울리지 않는 호숫가. 모기가 없는 시원한 숲속에서 마지막까지 타다 남은 불씨를 뒤적이며 참으로 오랜만에 평온한 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3박 4일의 여행에서 가장 추억에 남는 시간이 아닐까. 수정같은 크레센트 호수에서의 수영과 캠핑장에서 주은 솔방울로 밤새 불을 피웠던 기억은 앞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같다.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이 남아 있다. 크레센트의 새벽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 내가 그곳에 머무르는 이유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행복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창조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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