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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붉음에 눈이 시리다
너의 붉음에 걸음을 멈춘다
내 몸의 피가 꽃이 되어 핀다
너의 붉음에 눈이 시리다
내 가슴에 붉게 멍이 든다
봄이다!
아니다!
내 영혼은 여름이 지나고
벌써
붉게 물든 늦가을이다.
'이런 곳 아시나요?'와 '압해도에 숨을 때까지'를 촬영하던 날, 내화촌 바닷가에 가기 전, 어떤 쇼핑몰에 가게 되었다.
쇼핑몰 건물 주위에 핀 동백꽃이 내 주의를 끌었다. 붉게 핀 겹동백꽃이었다.
직감이다. 뭔가 그림이 나올 것같다는 느낌이 왔다.
아내가 쇼핑을 마칠 때까지 나는 휴대폰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용량이 다 찬 휴대폰 속의 옛 사진을 지우면서 동백꽃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던 것이다.
오늘 '에튜드가 있는 전시관'에 올리는 작품은 한 컷을 제외하고는 그때 담은 사진들이다.
왜일까? 사진을 다시 보니 첫사랑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조광조, 최부, 정개청 선생의 이미지들이 내 빈 가슴을 가득 채운다.
못내 아쉬워 몇 컷의 사진들은 남겨 두었다. 동백꽃의 붉음에 영감을 받은 시인들이 작품을 보내오면 차후에 함께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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