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어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너도바람꽃
나상훈
제 몸을 데운 열기로
얼음장 같은 땅속을 비집고
시린 눈 천정을 헤치고 나와
꽃샘추위 휘도는 바위 밑에
처연한 순백으로 피어 있구나.
가느다란 대공 하나에
녹색의 겉옷을 병풍 삼아
새하얀 바람개비 꽃받침 위로
둥글게 빙 두른 길쭉한 꽃잎 끝에
주황빛 도드라진 꿀샘을 달고
무심한 듯 태연히 중매쟁이를 유혹하는고.
이른 봄을 알리는 숲의 전령이고자
꿋꿋하고 고운 자태의 너도바람꽃
저 닮은 자식하나 남기겠노라
눈밭에 고개 숙여 매파를 기다리니
아름다운 꽃모습은 보이지 않고
한기 들린 숭고한 모성만 전해지누나.
남녘에 봄눈이 내렸다.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봄눈이 내렸다. 아마도 갑진년의 마지막 춘설인 것같다.
봄눈이 내리던 날 새벽 '가무극 <송성천고정>'의 블로그 글에 매달리고 있었다.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동백꽃을 담았다.
기분 같아서는 글을 중단하고 춘설의 풍광들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꾹꾹 참고 블로그의 글을 마무리하였다.
춘설에 일출까지 합세하니 대박이다. 그러나 이틀을 참아 오늘에야 올린다. 일 주일에 4개 이상은 올리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또 일요일은 카톡을 쉰다고 공언했었다.
인간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나 혼자라도 내가 뱉은 말에 약속을 지키련다. 하찮은 약속이지만.
지나친 카톡은 공해다. 잦은 카톡은 타인의 시간과 휴대폰 용량을 빼앗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요즈음 카톡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수천 통의 카톡이 온다. 카톡 지우는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좀 더 기다려보다가 몇 개의 단톡들은 탈퇴해야 할 것같다. 카톡도 중독이다. 카톡이 일상을 방해해서는 곤란하다.
춘설.
당분간은 볼 수 없는 봄눈이다. 그 봄날의 이른 아침, 그 황홀한 일출의 풍광을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 벅차다.
춘설 내리던 날,
듬뿍 받은 봄의 기운을 당신에게 보낸다.
당신의 멋진 봄날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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