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없는 날
블로그에 카테고리 하나를 만들었다.
카테고리
이름이 '에튜드가 있는 미술관'이다.
에튜드(Etude, Этюд)는
원래 음악용어로 '연습곡' 또는 '습작곡'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타니스랍스키가
음악용어 에튜드를 차용하여 연기훈련에 적용시켰다.
연극에서
에튜드는 '연습극' 또는 '습작극'의 의미인데 원명 그대로 '에튜드'로 부르는 게 편리하다.
에튜드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 또는 자기 주변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자기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이다.
에튜드는
배우가 역할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자연인 '나'로 논리적인 행동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역할로 변신해서는 아니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에튜드에서는 대사가 없다.
다시 말해
말을 하지 않아야 훈련의 효과가 극대화 된다.
이 에튜드가
미국에 잘못 전달되어 '즉흥연기(Improvisation)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즉흥연기'가 미국에서 도입되어 오용, 남용되었다.
대학입시
실기고사에는 지금도 이 '즉흥연기'가 포함되어 있다.
에튜드와
즉흥연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필자를
비롯한 러시아 유학파들에 의해 한국에 '에튜드'의 개념이 도입된 지도 어언 28년이 되었다.
성년이 된
한국의 에튜드 훈련이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카테고리
'에튜드가 있는 미술관'에는 사진은 있으나 설명이 없다.
작가가
말을 아끼고 싶어서 이 카테고리를 신설한 것이다.
언어와 문자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
인간의 혀와 손가락에 의존하지 않는 자연의 언어, 동물의 언어, 신체적 언어의 아름다움을 여기에 담으려고 한다.
에튜드가 있는 미술관은
사색의 공간을 지향한다.
작가의
사진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사유하면 된다.
제목
정도만 제시해 주고 사진에 대한 설명이 없다.
모든 것은
관객인 당신의 몫이다.
카톡 없는 날
담은 사진들을 선별하여 모았다가 주 1회 카톡으로 보낼 예정이다.
간혹
한 장의 사진을 올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역할의 창조를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에투드'의 개념을 연극작업에 적용하였다.
에튜드가 있는 미술관은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들이 그때그때 신속하게 볼 수 있는 카테고리이다.
미술관이라고 해서
꼭 예술작품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에튜드는
예술(역할)로 가기 위한 길목일 뿐이다.
에튜드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글이 길어졌다.
다음부터는
글이 없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린다.
어쩌면
글과 말은 소통의 마지막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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