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겨울비가
그치고 나면 추위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불이
그리워지는 날씨입니다.
파괴의 불이 아니라
창조의 불길을 소망합니다.
뜨거움은 피하고
따뜻한 온기만을 갈망합니다.
고구려가 멸망하던 날
당나라 군사들이 고구려 서고(書庫)에 불을 질렀다.
그 불길이
열흘동안 계속되었다.
공언(羅公彦) 할아버지는
서북의 오랑캐와 왜구를 섬멸한 공으로 고려조에서 나성군(羅城君)에 봉해졌다.
많은 문화재가 그러하듯
나성군의 부조묘(不祧廟)는 임진란의 불길에 소실되어 지금은 흔적도 없다.
최근
덕망있는 스님이 사찰 건물에 불을 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때
이 불길을 올리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백석 시인의
'모닥불'이 떠오른다.
모닥불/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로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력사가 있다.
상세하게 해설한 이유는 없다.
1연에서 모닥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소재들이 나온다.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다.
보잘 것 없는 것들로부터 타오르는 모닥불을 쬐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2연에서 나온다.
3연에서 암울했던 할아버지의 어릴 적 사연이 나온다. 모닥불을 통해 비극적 역사와 존재의 조화, 평등의 공동체 정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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